비례 1번조차 4년 뒤 설자리 없어… 결국 ‘1회용 금배지’ 전락

비례 1번조차 4년 뒤 설자리 없어… 결국 ‘1회용 금배지’ 전락

이정수 기자
입력 2020-03-03 22:48
수정 2020-03-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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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 경쟁’ 비례대표 의원의 현실

지역 기반 중시하는 정치 구도 등 영향
당 쇄신·주력 정책·전문성 상징은 퇴색
21대 연동형 비례도 누더기 선거제 우려
전문가 “경쟁 통한 선발·투명 공개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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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위성정당 해산·논의 중단하라”
“비례위성정당 해산·논의 중단하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들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으로 창당된 미래한국당의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민병주, 전순옥, 김정록, 최동익…. 8년 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과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여성·남성 비례대표 1번이던 이들을 기억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당의 쇄신, 주력 정책, 전문성 등을 상징하는 비례 1번조차 국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4년 뒤면 떠나고 마는 게 대다수 비례의원들의 현실이다. 비례의원이 ‘1회성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해선 갈 길이 멀지만, 4·15 총선으로 구성될 21대 국회에서는 오히려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가 더욱 퇴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례의원이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든 이유는 당장의 총선 승리를 위해 ‘1회용 영입 인재’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각 당의 공천 전략, 지역 기반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정치 구도, 비례대표에게 불리한 의회 구조 등이 맞물린 결과다.

현재 전체 의석 300석 중 47석을 차지하는 비례대표가 제도 취지를 온전히 살리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 국회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에 비해 비례대표 의원을 0.5선 정도로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역 예산 따내기, 지역 민원 처리가 의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한 비례의원은 “지역구 의원이 아니면 재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그렇다 보니 많은 비례의원들이 당선되자마자 전문성을 살리기보다는 지역구부터 점찍는다”고 말했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비례대표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로 지역구 의원과 비례의원 수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지역구 150대 비례대표 150으로 의석을 정하고 비례대표를 상원, 지역구는 하원 형태로 만들면 전문성과 지역 현안을 모두 챙기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선 비례대표제가 훨씬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애초 취지와 달리 누더기로 통과된 데다 법의 허점을 노린 비례 전용 위성정당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서다.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들이 총선 뒤 다시 원래 정당으로 돌아가면 유권자들이 비례대표를 뽑은 이유마저 사라질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권역별 비례대표를 뽑는 독일은 선발 과정을 녹화해 제출하게 돼 있다”면서 “각계각층 전문가들을 영역별로 모집해 그 안에서 경쟁을 통해 비례대표를 선발하고, 그 과정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할 때 경쟁력 있는 비례의원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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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20-03-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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