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 이상 공사 의무화…감독 부실 문제 이어질 듯
노량진 수몰 참사가 난지 보름만인 30일 방화대교 남단 인근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는 등 공사장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책임감리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노량진 배수지 공사와 방화대교 남단 인근 접속도로 건설공사 모두 서울시는 발주만 하고 민간 감리업체가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는 책임감리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책임감리제란 공사를 발주한 관공서가 공무원의 비전문성과 인력 부족, 부정부패가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관리감독 권한을 민간업체에 맡기는 제도다.
이에 따라 공사와 관련한 모든 보고는 현장소장→시공업체→감리업체 순으로 이뤄지며 서울시는 하루 공사의 시작과 종료, 공정 등 기본적인 것만 확인하게 된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200억원 규모 이상의 공사는 관련법에 따라 무조건 책임감리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량 등 대부분 공사가 책임감리제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책임감리제는 신속한 공사 진행과 전문적인 관리감독이라는 순기능을 고려해 도입됐지만 지난 노량진 수몰사고로 적지 않은 역기능이 지적돼 왔다.
시공사인 천호건설이 사실상 부도상태였다는 점과 사고 당일 한강대교의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음에도 주먹구구식 보고가 이뤄졌다는 점 등을 서울시가 상세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는 지난 22일 임시회를 열어 시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현안질의에서 1월 사실상 부도상태였던 시공사 천호건설에 영업정지 4개월을 내렸음에도 업체를 바꾸지 않은 이유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그러나 책임감리제 공사에서 발주자인 서울시가 시공사를 관리하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사고 후 책임 소재를 가리려고 서울시 감사관이 직접 나서기도 했지만 책임감리제 공사에서 서울시가 확보한 자료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경찰 조사가 이뤄져 시의 상황 파악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그만큼 평소에 파악된 자료가 없다는 방증이다.
이런 탓에 이날 사고가 ‘방화대교 상판 붕괴’로 언론매체에 보도됐지만 시청 내부에선 “국토교통부가 민자사업으로 진행한 공사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방화대교는 국토교통부가 민자로 추진한 사업이지만 접속도로는 시가 발주한 공사다.
도시기반시설본부 홈페이지에는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각종 공사 현황이 나오는데, 이번 사고가 난 지점에 대한 공사 정보는 없다.
서울시는 주 시공사인 금광건설㈜에 대해 “광주(光州)에 있는 업체이고 서울시와는 공사를 한 적이 없다”, 감리사인 ㈜삼보기술단에 대해선 “서울시와 일을 좀 했지만 자산 규모 등은 파악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노량진 수몰사고를 계기로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를 위한 TF에서는 책임감리제의 장단점을 분석해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안전사고가 겹치면서 관련 제도의 대폭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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