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보고 뒤늦게 사과한 이해찬… 위기의식 사라진 거대 여당

회견 보고 뒤늦게 사과한 이해찬… 위기의식 사라진 거대 여당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0-07-13 20:48
수정 2020-07-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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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서 비판 강해지자 당 차원서 발표
“피해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
진성준 “朴 가해자 취급 사자 명예훼손”

주요 인사들 도덕성 치명타 입고 퇴출
진상조사 계획 논의 안 해 또 비판 제기
文전폭 지지했던 2030 여성 이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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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
침통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고개를 떨군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를 표명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을 엄수한 13일 성추행 의혹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결국 공식 사과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성추행 의혹에는 침묵하며 고인을 추모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고소인 측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시장의 추행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2차 가해를 멈추라고 요구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사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올해 21대 총선까지 각종 선거에서 승리하며 승승장구했으나 주요 인사들이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고 정치권에서 속속 퇴출되며 악재를 쌓아 왔다. 광역단체장들의 성추행 의혹에 이어 기초의원들까지 절도·음주운전 사건을 일으키며 전방위로 사고가 터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 없이 열렬 지지층 눈치만 보고 있어 거대 의석에 도취해 ‘위기 의식’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 브리핑에서 “박 전 시장의 장례를 마쳤다.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 공백이 생긴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고 이 대표가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사과드린다”며 “당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고, 기강해이와 관련해 기강을 잡아야겠다고 언급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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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사과 이 대표와 함께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이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 “당의 일원으로 서울시민과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여당 지도부 중 처음으로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이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최소한 장례 기간에는 서로 추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공동체를 함께 가꿔 나간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2차 가해 비판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추모만 강조한 것이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시장이 가해자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다 고소인 측이 직접 2차 가해를 멈춰 달라며 회견에서 호소하자 끝내 당 차원의 사과가 나온 셈이다.

다만 뒤늦게 사과하며 당이 수습에 나섰지만 범죄의 영역인 성폭력 문제의 원인을 ‘기강 해이’ 차원에서 찾겠다며 진상조사 계획 등은 논의하지 않은 점에 대해 또 다른 비판이 제기된다.

당이 늦게나마 사과에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낸 2030 여성 지지층의 이탈이 우려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사과의 형식이나 수준이 공감을 얻지 못하고 향후 대책 마련 역시 미흡할 경우 지지층 이탈을 오히려 가속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문에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고 다음 선거 때 제대로 해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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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20-07-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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