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2년 4개월… 우리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

‘#미투’ 2년 4개월… 우리는 한 발짝도 못 나갔다

입력 2020-07-14 02:50
수정 2020-07-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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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발인 이후… 사회에 던져진 숙제

朴 전 시장 운구
朴 전 시장 운구 13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해가 화장 절차를 밟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후 온라인에서는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의 한 구절이 빠르게 공유됐다. 박 전 시장은 평생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서 한국 사회가 진일보하는 데 이바지했지만, 성추행 가해자라는 낙인을 피하고자 자신의 삶과 함께 사건을 강제 종결시키면서 고소인에게 끝까지 ‘가해’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됐다.

일부 시민들은 박 전 시장을 감싸기 위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고소인을 공격하는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다. 2018년 3월 7일, 전직 비서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지 2년 4개월이 흘렀지만 위계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바라보는 인식 수준은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기자회견을 연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속옷 사진 프레임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A씨가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박 전 시장이 예전부터 스스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러닝셔츠만 입은 사진을 올릴 정도로 소탈한 성품이었다”며 A씨 등의 주장이 “악용될 소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반박이었다.

‘미투’를 지지하다가도 가해 의혹의 당사자가 유명 정치인일 경우 지지자들이 두둔을 넘어 피해자를 공격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SNS에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 한 ‘남자사람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전씨는 “‘서민의 벗’과 같은 은유”였다고 했지만, 많은 여성은 “직장 상사를 ‘남사친’이라 보는 안일한 인식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직장 생활 중 벌어진 위계에 의한 성희롱을 동등한 연인 관계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여론이 뒤집혀 고소인이 오히려 손가락질받게 되는 현실도 그대로다. 2018년 청주대에서 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조민기씨나 비공개 촬영회에서 유튜버 양예원씨의 노출 사진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 등을 받은 스튜디오 실장 정모씨 등이 한 예다. 특히 정씨가 억울하다며 투신한 이후 성폭행 피해자인 양씨에게는 ‘살인마’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일부 시민들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대중에 공개한 A씨 측의 기자회견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A씨가 박 전 시장이 텔레그램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문구를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것에 대해 “대화 초대가 무슨 문제인가. 발인하는 날 뭔가 크게 터뜨릴 것처럼 하더니 아무 증거가 없다”는 조롱 글이 다수 게시됐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조직장급이 직장 내에서 성추행한 경우 ‘조직 보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가 조직을 흔드는 가해자로 여겨진다”면서 “성인지 감수성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이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도적 측면에서 의사결정권을 남성이 주도하고 있어 변화가 쉽지 않다. 조직장급 가해가 발생하면 가중처벌하는 등 제도를 법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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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0-07-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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