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직 비서 2차 가해 조사… ‘사자 명예훼손’ 수사 땐 진상 밝힐 수도

경찰, 전직 비서 2차 가해 조사… ‘사자 명예훼손’ 수사 땐 진상 밝힐 수도

진선민 기자
입력 2020-07-13 22:10
수정 2020-07-1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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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이 ‘사자 명예훼손’ 고소해야 수사
조현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사자 명예훼손죄 적용 징역 8개월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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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2020.7.11 연합뉴스
13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관련 수사가 향후 재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A씨에 대한 2차 가해를 겨냥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이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성추행 고소 사건은 현재 경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사건사무규칙 69조에 따라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된다. 노희범 변호사(법무법인 제민)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여론만으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전 시장을 ‘가해자’라고 기정사실화하는 데 대해 ‘사자 명예훼손’ 수사가 이뤄질 경우 성추행 의혹 자체의 진상이 밝혀질 수도 있다. 형법 제308조에서 규정하는 사자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그 내용이 허위 사실에 해당하는지 따져 보는 수사 과정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자 명예훼손죄 수사 과정에서 의혹의 진위 여부가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조현오(65) 전 경찰청장은 2010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면서 자살에 이르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조 전 청장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출신 인사에게서 들은 내용이라고 주장했지만 해당 인사가 발언 사실을 부인하면서 유죄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2014년 3월 “조 전 청장이 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실인 것처럼 발언했다”면서 징역 8개월을 확정했다.

다만 사자 명예훼손죄는 유족 등이 직접 고소하지 않으면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친고죄라는 게 변수다. 일각에서는 “유족들이 이미 논란이 확산된 상황에서 법정 다툼의 부담까지 지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0일 열리는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 일부가 드러날 수 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 외에도 일부 참고인 조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 상태다. A씨 측 역시 “경찰이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 고소인 A씨 측이 신상 유출과 관련한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경찰이 2차 가해에 대한 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온라인에 퍼진 ‘고소장’ 문건은 피해자가 제출한 문건이 아닐뿐더러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 서울지방경찰청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나 사건을 보고받은 보고라인이 개입한 정황이 발견될 경우 또 다른 의혹으로 번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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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2020-07-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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