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배우러 한국 온 와세다大 학생들

‘아픈 역사’ 배우러 한국 온 와세다大 학생들

입력 2014-03-31 00:00
수정 2014-03-3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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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피해자들과 면담…”일본 정부가 해결해야”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이 차별을 받지 않았나요?”

“일본에서 조선인은 ‘거짓말하는 사람’ 혹은 ‘도둑’쯤으로 인식돼 변변한 직업을 가질 수 없었죠. 엄연한 현실이었어요.”

지난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 14명의 대학생과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곽귀훈(90) 할아버지, 시베리아 강제 징용자 이후녕(89) 할아버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숙연했다.

이들은 일본 최고의 사학 명문 중 하나인 와세다 대학 재학생들이다. ‘아픔의 역사’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듣고자 노나카 아키히로(61) 와세다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의 지도로 지난 26일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태평양전쟁보상추진협의회가 주선했다. 이들 대학생은 앞선 오전에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설인 나눔의 집을 찾기도 했다.

대담에 참여한 곽귀훈 할아버지는 지난 1944년 9월 일본 히로시마로 징집돼 1945년 8월 6일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됐다.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버섯구름이 일어나는 걸 봤습니다. 도망치는 통에 등에 불이 붙은 지도 몰랐어요.”

또 다른 참가자 이후녕 할아버지는 광복을 불과 보름 앞두고 만주에서 징집돼 종전 후 소련의 시베리아 수용소로 끌려가 무려 4년4개월을 보내야 했다.

“이 기간 체불된 임금만 5천200루블, 당시 가치로 1만1천 달러에 달했습니다. 시베리아는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죠. 영하 20도를 밑도는 겨울에는 하룻밤에도 여러 명이 죽어나갔어요.”

학생들은 증언을 노트에 꼼꼼히 적으면서 ‘일본의 전후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북한에 있는 원폭 피해자들은 어떻게 됐느냐’ 등 많은 질문을 던졌다.

후지타 사토시(21·사회과학부 3학년)씨는 “히로시마 출신으로서 한국인 피폭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자세히는 몰랐다”며 “당시 사회상과 보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유리(23·저널리즘스쿨 석사 1학년)씨는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직접 뵈니 실감이 났다”며 “일본 정부는 ‘공식 자료가 없으니 인정할 수 없다’고 하지만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나카 교수는 “일본인 대다수는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그 ‘무지’가 양국 사이의 여러 문제를 만들었다”며 “그래서 한국인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직접 보고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방한 직후인 지난 27일과 28일에는 비무장지대(DMZ)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한·일 관계를 주제로 토론하기도 했다. 이들은 31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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