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 마린스키 궁전에서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6.3.8 키이우 AFP 연합뉴스
중동에서 이란의 드론 공격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쟁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잊혀져 가던 우크라이나는 이를 새로운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몸값 올리기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전쟁 경험을 협력 카드로 내세워 미국의 방공 지원을 유지하려 하고, 미국 역시 중동과 인도·태평양에서 활용 가능한 실전 데이터를 확보하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드론 교관들이 중동으로 향해 방어 경험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를 방문한 롭 예턴 네덜란드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이란제 샤헤드 드론에 대응하며 축적한 경험이 “고유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당장 사용하지 않는 요격 드론을 판매할 수 있으며, 첫 교관단이 10일 중동으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현장에 도착하면 상황을 파악하고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는 “양측 모두에게 기회”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드론 대응 기술 전수 대가로 미국산 지대공 유도미사일 체계 패트리엇(PAC-3) 지원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3만달러 드론 1350만 달러 패트리엇으로 잡는 미국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이란 공습에 나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드론 대응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문가가 요르단의 미군 기지 방어 지원을 위해 파견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대당 3만 달러(약 4400만원)짜리 이란 샤헤드 드론을 한 발에 1350만 달러(약 200억원)나 하는 패트리엇 PAC-3 요격 미사일로 막고 있다.
저가 드론을 고가 미사일로 요격해야 하는 ‘비대칭 비용 구조’는 미국 방공 전략의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다. 미국과 중동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실전 데이터에 주목한 배경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드론 전쟁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군은 저가의 FPV(1인칭 시점) 자폭 드론과 해상 무인정 등을 활용해 러시아 전차와 군함을 타격해 왔다. 수백~수천달러 수준의 드론이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전차나 장갑차를 파괴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전장의 경제학 자체가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대량으로 투입한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상대하면서 다양한 저비용 대응 방식과 전자전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자체 개발 요격용 드론 ‘스팅’이 대표적 사례다.
우크라, 이란제 샤헤드 드론 방어 실전 데이터 축적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기술 협력을 외교 카드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동 국가들에 드론 전술과 경험을 공유하는 대신 방공 체계 지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분산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의 군사적 가치를 부각하려 하고 있다. 드론 전쟁 경험을 교환재로 상정, 서방 안보 구조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 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격 드론과 중동 국가들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의 맞교환을 제안한 것도 기술-안보 교환 맥락이다.
잊혀져 가던 우크라, 전쟁경험 군사·외교 지렛대로현재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는 답보 상태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이란에 쏠린 사이, 러시아는 공격의 고삐를 계속 조이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 중동에서 포성이 커질수록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큰 전쟁의 그림자에 가려질 뿐이다.
우크라이나로선 전쟁 경험의 공급자로서 자국의 쓸모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에는 4년 드론전쟁에서 피로 얻은 생존 기술을 ‘외교 자산화’하며 미국의 관심을 계속 붙잡아두고 장거리 미사일 등 무기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6일 블룸버그도 “이란과의 갈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흡수하면서, 국제사회 의제에서 사라지지 않으려는 젤렌스키의 지렛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전쟁경험이 안보 수출 상품으로…잔혹 국제질서그간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지원 요청을 뭉개버리다시피 해온 미국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도리어 우크라이나에 요격 드론 및 실전 경험을 요구한 역설적 상황은 잔혹한 21세기식 국제질서의 단면을 드러낸다.
세계는 평화를 관리하는 질서가 아니라, 여러 전쟁이 서로를 밀어내고 이용하는 질서로 이동하고 있다.
이란 전쟁 확산으로 각국이 더 강경한 내적 결속을 택하면서, 협상과 중재의 공간은 더 좁아졌다.
미국은 한 전구의 방공 수요를 다른 전구의 부족과 저울질하고 있다. 전쟁 하나가 다른 전쟁의 보급선과 외교 공간을 흔드는 구조가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전쟁경험은 비극의 기록인 동시에 거래 가능한 자산이 된다.
우크라이나가 잊히지 않기 위해 전쟁경험을 외교 카드로 적극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드론 기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군사 협력 구조가 형성되면서 전장의 경험 자체가 외교와 안보 협상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생존법이 다른 나라에는 하나의 안보 상품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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