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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비방 중지 제안 앞서 대화 진정성 보여야

[사설] 北, 비방 중지 제안 앞서 대화 진정성 보여야

입력 2014-01-18 00:00
업데이트 2014-01-18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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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의 전날 상호 비방·중상 중지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제안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어제 논평을 통해 “북한이 사실을 왜곡하고 터무니없는 주장과 여론을 호도하려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방·중상 중지 합의를 위반하면서 그동안 비방·중상을 지속해 온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로선 북이 겉으로 대화 제스처를 보였지만 향후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경계하는 기류인 셈이다.

사실 북한이 느닷없이 어느 것 하나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을 ‘중대 제안’이라고 일방적으로 내민 의도를 잘 봐야 한다. 군사적 적대행위를 하지 말자고 한 북의 구체적 노림수는 키리졸브 등 한국과 미국의 연례적 방어훈련을 차단하는 데 목적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우리의 군사훈련은 주권국가가 행하는 연례적 방어 훈련”이라며 북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일축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특히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상호 조치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또 다른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정부가 북측의 제안을 향후 도발을 위한 ‘위장 대화 제의’, ‘명분 축적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가 거기 있다. 북한이 도발 이후의 책임을 우리 측에 모두 떠넘기기 위해 미리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제안을 슬쩍 던져 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연초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일”이라며 단호히 대처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북한이 1월 말~3월 초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진정 남북 간의 평화를 원한다면 말로 싸우지 말자고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핵 문제의 본질이 바로 북한의 핵개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애써 외면하고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상호 조치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분명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연례적으로 하는 방어훈련을 도발로 간주하겠다는 북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자신들의 제안이 모두 받아들여지면 이산가족 상봉을 하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어떠한 조건도 달아서는 안 될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군사·정치문제와 연계한 것만 봐도 북은 기존의 입장에서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인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조금이라도 기대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운 대화 공세부터 거둬야 한다.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 해도 진정성 없는 대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남북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은 우리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리다.
2014-01-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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