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전자 크리스마스 실/ 박정현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자 크리스마스 실/ 박정현 논설위원

박정현 기자
입력 2008-11-22 00:00
수정 2008-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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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아리아베다교 성전은 모든 질병의 왕으로 결핵을 꼽고 있다. 기원전 7000년 석기시대 화석에서도 결핵의 흔적이 발견됐으니 결핵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는 가장 오래되고 질긴 질병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3만여명이 사망했던 결핵은 이제는 후진국형 전염병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만 5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2400여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결핵은 여전히 무서운 질병이다.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88명(2006년 기준)이 결핵에 걸렸다. 결핵만 놓고 보면 OECD 가입 자격이 없을는지 모른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결핵예방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결핵 위기상황을 선언했다.

결핵과 동시에 떠올리는 게 크리스마스 실. 학교에서 구입해 연말이면 국군장병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에 우표와 나란히 붙이던, 추억의 우표 아닌 우표다. 크리스마스 실은 결핵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고, 부자나 가난한 이나 결핵퇴치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1932년 국내에 들어왔다. 시대가 변하면서 크리스마스 실도 진화해 왔다.1960년대에는 극장·고궁에서 모금활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우표 형태로 발행돼 편지봉투에만 붙여지던 크리스마스 실은 2003년 스티커 형태가 도입되면서 선물포장 등에 사용되기 시작했다.2년전부터는 전자파차단을 하는 휴대전화 부착용 크리스마스 실이 등장했고, 인터넷 시대를 맞아 이메일을 발송할 때 첨부해서 붙이는 전자 크리스마스 실도 선보였다.

스티커 비용이 한 개당 3000원인데 비해 전자 크리스마스 실은 한개에 10원. 그럼에도 개발비를 조금 웃도는 1억원가량의 판매에 그쳤다고 한다. 대한결핵협회는 전자 크리스마스 실을 통한 모금을 늘리려고 올해 포털사이트들과 접촉했지만 포털은 수익성 때문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경제적인 한파를 맞아 크리스마스 실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까 걱정스럽다. 크리스마스 실 판매 목표치도 지난해 62억원에서 올해는 6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2008-11-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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