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제2 인생/육철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제2 인생/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06-02-09 00:00
수정 2006-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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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중학교 교사인 친구 Y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방학을 이용해 한달 남짓 필리핀에 다녀왔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그런데 느닷없이 학교를 1년 쉬고 오는 3월에 다시 필리핀에 가겠단다.그러면서 ‘제2 인생’을 살고 싶어서라고 했다.

몇년 있으면 교감이 되고 교장도 될텐데,안정된 직장을 놔두고 그런 결정을 한 걸 보면 이번 외유에서 느낀 게 꽤 많았던 모양이다.이 친구,자신은 해외에서 생활하는 게 ‘체질’인 것 같다며 내친 김에 앞으로의 계획을 줄줄이 풀어놓았다.필리핀에 머물면서 한국 파견근로자를 지망하는 그 나라 젊은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 먹고 살만한 돈은 벌 수 있다고 한다.일이 잘 되면 한국에서의 교직을 완전히 접고 내년쯤 미국으로 건너가 거기서 교사를 해보겠단다.현재의 생활이 따분하기도 하거니와,이대로 가다가는 기회를 영영 놓칠 것 같아 고심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뭔가 허전함이 밀려왔다.“인생을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는 Y의 말이 귓전에서 맴돌았다.새 삶은 두렵기도 할텐데,어디서 그런 용기를 얻었을까.가슴이 텅텅 비는 건 친구를 멀리 떠나 보내야 하는 서운함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02-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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