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更年期)의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며 서슴없이
3월 초순 어느날 부산 서부서 형사실에는 세련된 한 중년여인이 취조경찰관의 심문에 연방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군채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여인보다 한두살 나이가 적은듯한 중년의 남자가 모든것을 체념한양 자신들의 지난날을 되새기며 취조경찰관의 심문에 응하고 있었다. 이들의 머리위에 씌워진 죄의 굴레는 간통으로 누구나 손가락질하는 사건이었다.
40대의 허전함 메우려고 가게 차린게 불씨 될줄야
긴 인생에 한번쯤의 실수는 없으랴마는 이들의 실수에는 큰 사회적 책임이 따랐다.
이 여인과 같은 죄를 짓고 나란히 앉은 이진수(李鎭秀·43·가명·부산진구 당감동)씨는 탄탄한 회사의 상무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인생의 원숙기에 접어들어 주위로 부터 믿을만한 인물로 손꼽히고 있는 처지였다.
이들이 서로 만나기는 지난해 12월이었다. 이때 강여인은 중년여인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용돈도 벌겸 학교 맞은편에 조그만 문방구와 담배가게를 차려 놓고있었다.
매일매일 들어오는 잔돈푼의 수입과 담배사러 오는 남자들의 체취에서 야릇한 흥분을 느끼며 그전같지 않은 남편과의 잠자리의 쓸쓸함을 달래고 있었다.
남편과의 잠자리를 생각할때마다 강여인은 담배사러오는 손님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며 긴 겨울밤을 원망했다.
그러든 어느날-이날은 몹시도 추운날이었다.
자주 담배를 사러오던 이웃 모「피아노」사의 상무인 이진수씨가「오버」깃을 세우며 담배를 사면서『몹시 춥군요』하고 말을 건네왔다.
강여인의 가슴은 어느날 보다 파르르 떨렸다. 날씨탓으로 돌리기에는 강여인의 갱년기 마지막 불꽃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강여인은 서슴없이 자기가 깔고앉아 있던 방석을 내밀며 두 사람이 마주앉으면 꽉 찰 점포안 좁은방으로 이씨를 끌어들였다. 조그만 화로를 사이에 둔 이들 40대 남녀는 스스럼없이 서로의 처지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이야기도중 화로위에 얹은 손들이 서로 부딪칠때엔 이들은 서로가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가까와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8남매의 어머니 답잖게 새로운 세계에 정신잃어
이날 이들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강여인은 학교일에 매달려 매일처럼 출장을 가고 자기를 돌보지않는 남편을 원망했고 이씨는 경남도내 모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다가 수업중에 고혈압으로 졸도, 지금은 반신불수가 되어 누워있는 아내가 있어 가정생활은 극히 삭막한 처지라고 했다.
이들은 서로 주고받은 이야기속에서 비슷한 처지임을 느꼈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 이들의 숨결은 가빴지만 밝은 태양아래서는 그 이상 대담해질수 없었다.
그날 저녁 이씨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강여인의 욕망에 들뜬 끈덕진 눈동자를 의식하면서 추위를 달랜다는 핑계로 한잔 술을 걸쳤다.
술에 얼근히 취한 이씨는 용기를 북돋아 강여인의 담배가게문을 두드렸다. 가게를 막 치우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강여인은 반색을 하면서 이씨를 맞았다.
『밖이 추우니 안으로 들어와 좀 몸을 녹였다 가세요』
이심전심의 이들은 곧 어울렸다.
8남매의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팽팽한 강여인의 육체는 2년동안 공규를 지켜온 이씨를 사로잡기에 족했다.
서로 맡붙여 가게꾸미고 밤마다 아담과 이브처럼
물불을 가릴수 없게된 이들의 몸을 불태우기에는 담배가게 안방은 너무 작았다.
좀 더 넓은 방이 필요했다. 강여인은 남편인 교장선생님에게 떼를 썼다.
지금의 점포는 너무 적고 규모가 작아 수입이 적으니 아래쪽 새로 생긴 연쇄상가로 옮기겠다고 졸랐다.
강여인은 이곳에 잡화점을 차리고 점포안쪽에 새로운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밖에서는 여간해서 안이 잘 들여다 보이지않을 정도로 어둠침침하게 꾸몄다.
남편과 아내를 속인 이들의 사련은 계속됐다.
하루 한번 안보면 잠이 안올 정도로 이들의 마음은 들떠 마치 사춘기를 새로 맞은 것 같이 불탔다.
이씨는 잡화점에 자주 들르는 것이 남의 눈에 띨 염려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점포도 강여인의 점포옆으로 아주 옮겨버리고 강여인의 방과 마주 붙도록 방을 꾸몄다.
간단한「노크」로 안보고도 서로의 의사가 통하도록 해놓았다.
이렇게 이들이 사련을 불태운지 2개월째 되던 어느날 강여인은 남편이 서울에 출장가고 없는 틈을 타 마음놓고 이씨와 정사를 벌였다.
거리낄 것 없는 이들은 발가벗은채 이들 정사가 점원에게 발견되고 있는줄도 까맣게 모르고 마음껏 서로를 즐겼다.
이 사실을 안 어린 점원은 여주인의 파렴치에 깜짝놀라 자기가 본 사실을 강여인의 남편에게 귀띔했다.
눈앞이 캄캄해진 남편은 은밀히 자기의 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의논했다.
형수의 부정을 전해들은 한교장의 동생은 기가 찼지만 뒷수습을 위해 나셨다.
한교장을 출장핑계로 서울로 보내고 자기는 형수인 강여인을 지켜봤다.
지난 3월1일 새벽 2시 강여인이 남편이 서울로 출장가고 없는 틈을 타 벌인 이씨와의 정사로 피곤한 몸을 쉬고 있을때 점포문이 벼락치듯 부숴져 나갔다. 시동생 한씨가 들이닥친것이다.
있을수는 있지만 없어야했던 교장사모님의 탈선은 이들 가족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남편인 교장은 얼굴이 뜨거워 사회적 활동을 그만 둘수 밖에 없었고, 학교에 다니던 8남매는 부정한 어머니를 둔 죄로 학교문을 들어설수 없게 된 것이다.
[선데이서울 71년 3월 28일호 제4권 12호 통권 제 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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