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여가는 現代 ‘왕자의 亂’

갈수록 꼬여가는 現代 ‘왕자의 亂’

주병철 기자 기자
입력 2000-07-31 00:00
수정 2000-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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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태는 ‘현대판 삼국지’로 불릴 정도로 난마처럼 얼키고 설켜 있다.

지난 3월 이익치(李益治·IC) 현대증권 회장의 인사파동 이후 정몽구(鄭夢九·MK)·정몽헌(鄭夢憲·MH)형제의 암투가 계속되고 있다.정몽준(鄭夢準·MJ) 의원의 등장으로 양상이 더 복잡해졌다.천하(天下)를 호령하던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은 통제력을 상실한 채 ‘왕자들의 대란’을 지켜볼 뿐이다.

◆IC에 대한 엇갈린 평가 MK측은 현대를 파국으로 몰아간 배후로 IC를 지목한다.3부자 퇴진이나 현대차 지분고수도 MK를 몰아내고 ‘MH왕국’을 건설하려는 IC의 계획된 시나리오라고 주장한다.

MH·IC가 지난 3월 북경에 갔을 때 중국측이 현대자동차 ‘에쿠스’를 입에침이 마르도록 치켜세우는 것을 보고 현대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려면‘현대차에 대해 일정지분을 갖고 있어야 겠다”고 서로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MK측은 MH쪽이 역외펀드를 이용,현대차 지분 25%를 확보한 것으로파악돼 임직원을 동원해 자사주매입에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MH측은 IC에 대한 왕 회장(정 전 명예회장)의 평가가 높다고 말한다.한번내치면 다시는 쓰지 않는 스타일로 볼 때 지난 6월28일의 방북단에 IC를 포함시킨 것은 변함없는 애정의 표시라는 얘기다.오히려 MK가 현대회장이 된이후 숙부인 정세영(鄭世永) 전 회장의 가신들을 모조리 솎아낸 것을 들어 MK측이 IC를 제거해 ‘MK왕국’을 건설하려 한다고 반박한다.왕 회장의 현대차 지분보유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 등으로 초래될 수 있는 현대차의경영권 침해를 막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다.

◆왕 회장 생각 MH측은 왕 회장이 자신의 마지막 소망인 대북사업을 MH에게준 것은 ‘MH의 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MK에 대해서는 왕 회장이 ‘경영능력에 회의’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퇴진을 거부하는 MK를 왕 회장이 몇차례 불렀지만 MK가 거부,‘방문금지령’까지 받은 상태라는 것.물론 MK측은 왕 회장이 방문금지령을 내린 적이 없으며,MK가 바쁜 탓에 외아들이 청운동을 자주 들른다고 반박한다.

다만 왕 회장의 최대 관심이 MJ의 거취라는 데는 양측이 공감한다.MJ가 ‘큰 뜻’을 펼치는 데 도와야 한다는 게 왕 회장 생각이라는 것.

◆3형제의 역학구도 MK는 최근 주위사람들에게 MJ가 잘 되도록 도와달라고얘기한다.MH역시“MJ는 나이차도 얼마 나지 않는데다,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내왔다”고 각별한 사이임을 내비친다.종전에는 MH와 MJ가 가까웠으나,MK측의 손짓으로 최근에는 MJ가 MK쪽에 기울어있다는 얘기도 있다.

◆숙부중재론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최근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성론이 고개들고 있다.전직 최고 경영진인 이모씨 등이 모여 정세영 전 회장과 정상영(鄭相永) KCC회장에게 중재를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MH측은 이를 두고 MK측이 흘리는 ‘공작’이라고 일축하고,“왕 회장을 잘아는 분들이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이같은 소문에 당사자들은 물론 함구다.

그러나 MJ는 IC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에 앞서 숙부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MJ는 모 언론사의 최고경영진도 만나 소송배경을 설명했다.

◆침묵하는 왕 회장 MH측은 왕 회장이 지난달 28일 방북때 기자회견에서 “김정일을 만나기로 안돼 있으나 가면 만날 것으로 본다”며 명쾌하고 또렷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고 한다.왕 회장은 거동이 불편할 뿐,판단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방북이후 기력이 뚝 떨어졌다고 한다.내달 초 소떼와 함께 가지 않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지난번 방북때 김정일 위원장과의면담에서도 거의 얘기를 나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 회장은 ‘3부자 퇴진’이후 계동사옥에 출근하지는 않지만 하루 1∼2시간씩 시내나들이를 갖는다.

주병철기자 bcjoo@
2000-07-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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