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없는 한보특위 위원 평가서

스타없는 한보특위 위원 평가서

진경호 기자 기자
입력 1997-04-28 00:00
수정 1997-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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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걸… 호소… 호통… 「모르쇠」에 속수무책/애걸형­박주천/호소형­조순형/호통형­이인구·이상만·이규정/변호사형­이국헌·김호일/체면유지­맹형규·김민석·김경재

국회 한보청문회가 마무리 접어들었건만 이렇다할 「스타」가 눈에 띄질 않는다.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신문과 증거제시로 실체 파악에 접근하려는 특위위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수사권이 없는 청문회의 한계에다 증인들의 함구와 부인,특위위원들의 준비소홀과 미숙한 신문 기법 등이 빚어낸 결과로 여겨진다.이런 스타부재는 한보사태의 진실에 목말라하는 국민들에게 갑갑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몇몇 위원들은 부인과 함구로 일관하는 증인들의 「모르쇠」 전략에 전전긍긍,답변을 애걸하거나 아예 증인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 국민들의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애걸형」은 신한국당 박주천 의원(서울 마포을).김종국 전 한보재정본부장 등 몇몇 증인들이 함구로 일관하자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진땀을 흘리며 읍소,『누가 증인이냐』는 비아냥을 샀다.

박의원은 특히 박경식 G남성클리닉 원장 신문 때는 흥분,의원과 증인의 신분을 잊고 격렬한 설전을 벌여 많은 점수를 잃었다.박원장의 안하무인격 공세로 되려 수세에 몰리는듯한 모습을 연출,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민회의 조순형(서울 강북을) 의원도 호소형에 가까왔다.

신한국당 이국헌 의원(경기 고양덕양)과 뒤늦게 특위에 합류한 김호일 의원(경남 마산합포)은 맥없는 질문과 증인을 감싸는 자세로 「변호사형」으로 꼽혀 눈총을 받았다.

질문보다는 만담조에 훈계에 비중을 둔 젊잖은 「호통형」도 있다.자민련 이인구(대전 대덕)·이상만(충남 아산),민주당 이규정(경남 울산남을) 의원 등이다.이들은 『진실을 밝혀주세요.다 나와있는데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여요』라며 장광설에다 호통에 가까운 신문을 해댔다.

착실한 준비로 초반 호평을 받았던 자민련 이양희 의원(대전 동을)은 25일 김현철씨 신문에서 점수를 다 까먹었다.다른 증인들에게는 사진까지 내보이며 김씨의 당진제철소 방문을 강도높게 추궁했다.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김씨에게는 당진방문여부를 일체 묻지 않아 그동안 펴온 주장의 신뢰성에 흠이 갔다.

국민회의 이상수(서울 중랑갑) 의원은 독특한 신문 방식으로 눈길을 끈 경우.이의원은 신문때마다 『증인,증거가 있어요.진실을 말하세요』를 반복,고유상표화 했다.간혹 신문 말미에 세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 등을 인용,「문자속」을 과시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부진속에서도 신한국당 맹형규(서울 송파을)·국민회의 김민석(서울 영등포을)·김경재(전남 순천갑) 의원 등이 그나마 체면을 유지한 의원들로 꼽힌다.이사철의원은 김현철씨로부터 공천개입 사실들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맹·김민석 의원은 뚜렷이 밝혀낸 진실은 없지만 차분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호평을 얻었다.

김경재 의원은 충실한 준비가 돋보였다는 평이다.<진경호 기자>
1997-04-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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