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어쩔 수가 없다

[세종로의 아침] 어쩔 수가 없다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26-07-31 00:23
수정 2026-07-3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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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출휴, 돌봄지원 넘쳐나지만
영세사업장, 비정규직엔 ‘아득’
부모와 아이, 희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쓸 수 있게 하는 게 중요

맞벌이 부모들이 두려워한다는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방학 첫날부터 아이의 질문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아빠, 왜 방학인데 달라지는 게 없어? 학교도 똑같이 가고.”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럼 방학은 뭐라고 생각하는데”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여행도 가고, 치킨도 마음껏 먹는 것이 방학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방학에도 학교 돌봄 프로그램에 가고, 학원을 오가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방학이지만 부모는 출근을 하고, 아이의 하루는 또 다른 시간표에 맞춰 흘러간다. “어쩔 수가 없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아이를 키우는 제도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출산휴가 3개월과 최장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도 만 8세 이하에서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로 확대됐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은 월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랐고, 배우자 출산휴가도 10일에서 20일로 늘었다. 방학이거나 갑자기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한 단기 육아휴직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대체인력 지원금과 동료 업무 분담 지원도 확대돼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 주는 장치까지 마련됐다.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지 않다. 서울시는 2022년부터 ‘탄생 응원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아픈 아이 일시돌봄, 병원 동행, 긴급 보육 어린이집 등 양육 공백을 메우는 정책을 확대해 왔다. ‘양육 부담은 줄이고, 일·생활 균형은 높인다’는 목표 아래 아이 때문에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그런데도 대다수 부모에게 제도는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6%는 출산휴가를, 46.7%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답했다. 여성 비정규직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65.9%가 출산휴가를, 70.2%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제도가 있어도 사업장 규모와 고용 형태, 임금 수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 갈리는 것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근로자에게는 가능한 선택이 영세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권리일 수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조차 눈치를 보며 써야 하는 현실이라면, 새롭게 도입되는 여러 지원제도 역시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설령 휴가·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아이는 여전히 어린데 부모는 다시 출근해야 한다. 경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편도에만 한 시간 이상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이는 도대체 몇 시에 어린이집에 가야 하고, 몇 시까지 그곳에 있어야 하는가. 결국 돌봄 공백을 메우는 마지막 안전망은 다시 가족의 몫이 된다. 부모의 육아휴직이 끝나면 조부모가 아이를 맡는다. 하지만 그 부담 역시 가볍지 않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는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의 53.3%가 원하지 않지만 자녀 사정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돌봄’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부모를 대신할 사람을 계속 찾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남은 과제는 제도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제도를 부모 누구나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육아휴직을 써도 눈치를 보지 않고, 복직 뒤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도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돌봄 정책도 부모를 대신할 사람을 찾는 데 머무르지 않고 부모가 아이 곁에 있을 시간을 지키는 정책으로 완성될 수 있다.

방학인데도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미안한 마음으로 “어쩔 수가 없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것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이미 만든 제도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부모의 일과 삶,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서로를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부모와 아이에게 “어쩔 수가 없다”가 아닌 다른 답을 건네는 출발점일 것이다.

이범수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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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정식 출범하는 등 2일을 기점으로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졌다. 이에 오현주 서울특별시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부과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기록 및 등재 의무가 원활히 이행되려면, 정부 차원의 법적 활용 근거 신설과 함께 세부적인 시스템 작동 방식 및 예산 분담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이 오현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시를 비롯한 10개 광역지자체 특사경 실무협의체는 지난 9월 10일 공동명의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국가 구축 및 관리에 관한 건의서’를 법무부에 전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지난 2일 현재까지 정부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 해당 건의서의 주된 내용은 특사경이 KICS를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법률상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 범주에 이들을 명시하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기존 법무부 KICS 접근 권한을 특사경까지 확대하거나 국가가 주도하여 통합 시스템을 직접 구축 및 관리해 달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199조의2는 사법경찰관리 등이 수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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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사회2부 기자
이범수 사회2부 기자
2026-07-3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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