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표­동교동계 「전대」샅바싸움 “가열”/KT「중대결단」발언 파문

이대표­동교동계 「전대」샅바싸움 “가열”/KT「중대결단」발언 파문

진경호 기자 기자
입력 1994-12-31 00:00
수정 1994-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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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용” 분석속 대응 부심… 새해초까지 설전 예상

민주당의 전당대회 논쟁이 이기택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시사하는 지경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대표는 29일 저녁 조기전당대회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대표직을 던지겠다는 각오를 내비췄다.사조직인 통일산하회의 송년모임에서다.

이 자리에서 이대표는 『내가 생각하는 정치적 목표와 거리가 멀어질 때는 중대 결단을 내릴 작정』이라고 말했다.이어 『이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전에 전당대회를 치러 당의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대표직 사퇴」라는 무기로 전당대회의 조기소집에 반대하는 당내 최대계보인 동교동계에 압력을 넣은 것이다.

이대표쪽에서 볼 때 사퇴라는 카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진작부터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동교동계를 구슬려 보다 안되면 뽑아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동교동계도 이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때문에 『군소정당의 대표나 할 소리』(허경만)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도 있다.그러나 내심으로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가능성은 적다고 보면서도 실제로 이대표가 사퇴하기라도 한다면 마땅한 수습대책이 없다.그런 상황은 막아야 한다.대표가 지금 그만두면 동교동계가 바라는 8월은 커녕 당장 전당대회를 열 수밖에 없다.그런데 열어도 문제다.대표로 내세울 인물이 궁색하다.이대표를 다시 지지해야 할지도 모른다.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당」으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은 동교동계의 완전항복이다.최대주주로서의 자존심은 다음 문제다.당의 구도가 완전히 이기택 1인체제로 굳어지게 된다.동교동계로서는 있을 수 없는 결과다.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이대표의 사퇴는 막아야 한다.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협상에 대해서는 우선 이대표의 발언 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전당대회 문제가 당의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론된 것은 한차례에 불과하다.본격적인 절충은 시작하지도 않았다.그런데 불쑥 사퇴 운운한 것이다.측근인 문희상대표비서실장의 말대로라면 사퇴는 최후의 카드다.진통을 거듭한 뒤,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 내놓을 히든카드였던 것이다.그런데 이대표는 그 시기를 앞당겼다.왜 서둘렀을까.

이를 두고 양쪽의 협상전망을 밝게 보는 낙관론이 눈길을 끈다.이대표의 발언은 완전히 협상용이라는 분석이다.협상이 파국에 이르렀을 때 이대표가 사퇴를 들먹였다면 정말 분당으로 치달을 수 있다.스스로도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다 보니 사퇴문제를 앞당겨 꺼냈다는 것이다.이렇게 뒤집어 보면 사퇴시사 발언에는 협상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이제 공은 동교동계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이대표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므로 그를 진정시키는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다만 그에게 줄 것이 문제다.적게 주고 협상을 매듭지어야 한다.이대표의 요구대로 2월소집에 승복하더라도 1인체제는 막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양쪽은 전당대회 문제가 매듭지어질 1월 중순께까지는 치열한 설전을 벌일 것으로 여겨진다.불가피한 샅바싸움인 것이다.<진경호기자>
1994-12-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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