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외교」 아직도 안개속에/미­북3단계회담서 투명한신호 없었다

「김정일외교」 아직도 안개속에/미­북3단계회담서 투명한신호 없었다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4-08-09 00:00
수정 199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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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외접촉… 「만만찮은 상대」 과시만/미 의중 탐색후 전격결단 가능성도

미·북 3단계 고위급회담은 북한 핵문제 해결도 관심거리이지만 김정일체제의 대미·대외정책의 첫 시험무대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도 핵문제 해결방안보다는 오히려 김정일체제의 변화조짐 탐색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눈치다.사안의 성격으로 보아 핵문제가 단시일내에 완전 해결되기는 어려운데다 김정일이 어떤 태도로 나오느냐에 따라 해결 속도는 빨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담이 아직은 초반이고 전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김정일체제의 대외정책을 결론짓기에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그러나 지금까지 보인 북한의 태도로는 김정일체제가 주는 「신호」는 그리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 제네바에 파견된 정부 관계자들의 중간 판단이다.

김일성의 후계자로서 핵정책을 주관하고 있는 김정일의 스타일이 여지껏 펼쳐온 기본 입장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미국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국무부차관보와 김삼훈핵대사의 발언에서 잘 나타난다.

갈루치차관보는 지난 5일 회담이 끝난뒤 『회담이 집중적이고 실무적이었다』고 평가했다.또 회담을 해본 결과 북한의 자세에 변화가 있었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성격규정을 하거나 차이점에 초점을 맞출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말로 비껴갔다.

이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감지했으나 판단을 밝히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나 「실무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이지 않은 판단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무적」이라는 용어는 외교관례상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의미의 완곡한 표현이라는 게 외교관들의 설명이다.

김삼훈대사도 김정일체제의 특성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해 변화의 조짐을 찾아 볼수 없었음을 시사했다.

김정일의 핵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그가 정권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핵을 계속 추구하는 군부라는 강경파와 테크노크라트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 사이에 서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방침이 이미 공개됐고 김정일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도 언론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개됐다고 보고 있다.즉 회담 재개를 신속히 결정한 김정일의 거침없는 외교스타일을 보고 회담을 낙관한다거나 북한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탈고립정책을 펼 것이라고 한 것 등이 미정부 당국자들의 메시지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이런 메시지에 대한 김정일의 응답이나 조짐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적어도 메시지가 전달될 수 없는 상태이거나 전달됐다 하더라도 선뜻 결정을 내릴수 없는 상황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회담의 초반에서는 경수로 건설과 외교관계 수립등에 대한 미국의 의중 탐색에 주력하다가 어느정도 판단이 서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회담에서 나타난 신호들을 김정일 체제의 확고성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징후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김정일이 권력을 완전 장악했다 하더라도 회담을 조급하게 조종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국제무대에서 약간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여 만만치 않은 대화상대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소식통들은 그 근거로 김정일의 권좌에 이상이 없으며 단지 유교적인 차원에서 주석직 승계에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을 들고 있다.<제네바=박정현특파원>
1994-08-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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