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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하자.술·담배,백해 무익론은 술·담배의 힘을 빌지 않더라도 넉넉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들만의 세상을 만들자는 전언을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각박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그러나 애연가·애주가는 술·담배 백해무익론 앞에서는 조금은 덤덤할 수도 있다.내 건강을 염려해주어서 고맙지만 내 건강은 내가 알아서 지키겠다고 말해버리면 그만이니까.하지만 당신이 피우는 담배는 곁의 사람의 건강에 더욱 나쁘며,당신이 마시는 술때문에 당신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충고앞에서는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그때 애연가·애주가는 한심한 인간에서 범죄자로 넘어간다.너 좋다고 하는 일이 남에게는 범죄 행위가 된다는 말처럼 커다란 위협은 없다.그러나 조금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 위협은 애연가·애주가 당사자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담배의 공포,술의 공포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끽연·음주에 대해 비교적 너그럽던 아내의 태도가 돌변했다.거실에서 담배를 빼서물면 당장 창문을 열어놓으며,술이라도 거나하게 마시고 들어가면 하루 이틀 사이에 죽고 말 사람을 바라보듯 겁먹은 얼굴이 된다.그 모습을 보면서,나는 조금은 적반하자격인지 모르지만,이 사람 이거 정말 몹쓸 병에 결렸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그리고는 아내를 달래준다.여보,담배를 피우면 암에 걸릴 확률이 두배가 된다는 것은,담배 안 피우면 천명중 한 명이 암에 걸릴 수 있는데 담배를 피우면 천 명중 두 명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야.담배를 피우면 담배 안피우는 사람보다 암에 안걸리고 살 확률이 0.1% 줄어들 뿐이라고.
아내는 물론 무슨 그런 궤변이 있느냐고 항의를 하지만,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나와,그럴지 않은 아내 사이의 모습은 분명 초조해야하는 아내를 내가 조금 여유있게 달래고 있는 꼴이다.그깟 눈에 안보이는 마음의 여유 따위가 무슨 문제가 되냐고 하면 할 소리는 없지만,내 눈에 아내의 그 지나친 초조함도 병으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홍익대교수·문학평론가>
1994-05-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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