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운 아이에게”… 장애아 돌보며 폐지 팔아 전한 ‘아빠의 마음’ [Touching News]

“더 어려운 아이에게”… 장애아 돌보며 폐지 팔아 전한 ‘아빠의 마음’ [Touching News]

정철욱 기자
정철욱 기자
입력 2025-05-05 01:48
수정 2025-05-0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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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초수급자 12년째 익명 기부

“과자 못 사 미안” 라면·옷 등 놓고 가
작년엔 삼남매가 모은 저금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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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익명의 기부자가 부산 북구 덕천지구대 앞에 놓고 간 선물.  부산경찰청 제공
3일 익명의 기부자가 부산 북구 덕천지구대 앞에 놓고 간 선물.
부산경찰청 제공


어린이날을 앞두고 부산에서 장애아 등 세 명의 아이를 둔 한 기초수급가정의 가장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에게 전해 달라”며 폐지를 팔아 모은 돈과 옷 등을 남몰래 기부했다.

4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0시 38분쯤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앞에 한 남성이 종이 상자를 놓고 급히 떠났다. 상자에는 손 편지와 1000원짜리 지폐 35장, 어린이용 바람막이 점퍼와 라면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서 자신을 ‘세 아이의 아빠’라고 밝힌 이 남성은 “첫째는 장애 3급이고 저희는 기초수급자 가정”이라고 소개했다. 놓고 간 기부품과 돈을 두고는 “한 달 동안 여기저기서 열심히 폐지를 모아 마련한 것”이라는 밝혔다.

그는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땀 흘려 가며 힘들게 폐지를 모았지만 금액이 많지 않아 기부금이 넉넉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 남성은 “폐지 판 돈으로 과자를 사려고 했지만 돈이 모자라 라면 한 상자와 아기용 바람막이를 샀다. 과자를 못 산 게 마음에 걸리고 미안하다”며 “바람막이가 마음에 들었으면 한다. (아이가) 옷을 입고 밖에 나가 신나게 뛰어놀고 웃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어 “선물 사고 남은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맛있는 치킨이라도 사 먹었으면 한다. 어려운 아기 가정에 전달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름도, 얼굴도 남기지 않은 이 남성의 따뜻한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덕천지구대에 따르면 그는 12년째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때마다 지구대 앞에 기부 물품을 몰래 두고 갔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패딩점퍼와 김치, 삼남매가 모은 저금통까지 정성스레 전달했다. 
2025-05-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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