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도대체 어디 있지?” 새벽 사이렌, 시민들 패닉

“대피소 도대체 어디 있지?” 새벽 사이렌, 시민들 패닉

김주연 기자
입력 2023-06-01 02:34
수정 2023-06-0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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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피’ 재난문자 논란

기본 대피 정보 등 없어 ‘당혹’
행안부와 엇박자 출근길 혼란

대피소 안내앱도 먹통… 위치·행동요령 미리 익혀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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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야? 아니야?
진짜야? 아니야? 3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갑작스럽게 울린 경보음을 듣고 휴대전화로 위급 재난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연합뉴스
‘삑삑삑!’

31일 오전 6시 41분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모(43)씨는 출근 준비를 하다가 요란하게 울리는 서울시 위급재난문자를 확인한 뒤 자고 있던 아이들부터 깨웠다.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에 마음이 급해져 아이들 옷부터 입히고 보온통에 물을 담았다.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도 모른 채 짐을 싸던 중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란 문자를 받았다. 김씨는 “TV에서는 북한에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나오는데 경계경보가 발령됐다는 것인지, 아니라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러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20여분 간격으로 엇갈린 재난문자를 발송해 출근길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위급 상황을 알리는 재난문자인데도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대피 정보조차 담겨 있지 않았다. 이에 상황을 파악하려는 시민들이 포털 사이트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때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대피 통보를 받은 외국인들도 불안에 떨어야 했다.

강서구 마곡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재난문자를 받고 무슨 일인가 싶어 네이버에 접속했는데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고 뜨길래 ‘실제 상황이고, 큰 재난이 났구나’ 싶어 심장이 철렁했다”면서 “초반에 정신이 없어 뭘 해야 할지 몰랐는데 회사 단체 메신저방에서 동료들끼리 서로 대피 요령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창밖으로 사이렌 소리가 들려 깼다는 취업준비생 추모(26)씨는 “오발령이라는 문자를 받은 뒤 안심이 되긴 했지만 진짜 오발령인지도 의심이 갔다”면서 “사람들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도 대피를 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급하게 대피소로 이동하던 중에 오발령이란 문자를 받은 직장인도 있었다. 강남구에 사는 김민선(32)씨는 “‘출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가까운 대피소에서 부모님과 만나기로 하고 택시를 탔는데 오발령 문자를 받았다”며 “대피를 직접 해 보니 실제 전쟁이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씨는 “대피 안내 문자를 받고 나니 학교에 보내도 되는 건지 난감했다”며 “나중에 학교에서 정상 등교하라는 문자를 받고서야 학교에 보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갑작스러운 대피 문자에 당황했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이용자들은 “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난리였다”, “아이들과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안내가 없다”, “이러면 다음 경보 발령 때는 믿을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경계경보가 발령되면 시민들은 가까운 민방위 대피소로 대피해야 한다. 연평도 같은 접경 지역은 주민대피시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서울의 경우 주로 지하철역이나 대형건물 지하 등을 중심으로 3200여곳이 대피소로 지정돼 있다.

문제는 시민들이 어디에 대피소가 있는지, 어떻게 찾아가는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대피소 정보를 포함한 국민행동요령은 행안부가 운영하는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과 국민재난안전포털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안전디딤돌 앱도 접속자 폭주로 대피소 위치 확인 기능이 멈췄다.

이 앱에는 경계경보가 발령되면 ‘즉시 TV·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며 정부 안내에 따라야 한다’, ‘극장·음식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은 영업을 중단하고 손님들에서 대피하도록 해야 한다’는 행동 요령이 소개돼 있다. 또 현재 위치나 조회를 원하는 지역에서 가까운 대피소를 확인할 수 있다.

위급 상황 때 시민들이 대피소를 일일이 검색하는 건 불가능한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계당국이 대피소 위치나 행동 요령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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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준선 서울시 비상기획관은 “민방위 대피와 관련해 충분한 홍보가 과제”라며 “대피한 후에 사후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도 숙달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3-06-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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