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노가리 골목 터줏대감 ‘을지OB베어’…결국 강제집행 철거

42년 노가리 골목 터줏대감 ‘을지OB베어’…결국 강제집행 철거

손지민 기자
입력 2022-04-21 12:56
수정 2022-04-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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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 골목 원조·백년가게 ‘을지OB베어’

간판도, 집기도 모두 건물 밖으로 철거
2018년부터 건물주와 명도소송으로 진통
강제집행이 들어간 을지OB베어.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제공
강제집행이 들어간 을지OB베어.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제공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42년간 지켜온 노포 ‘을지OB베어’가 법원의 6번째 강제집행 끝에 철거됐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 따르면 법원 등이 고용한 용역 등 100여 명은 21일 오전 4시 20분쯤 을지OB베어 강제집행에 나섰다. 이들은 약 1시간에 걸쳐 을지OB베어 간판을 끌어 내리고 가게 내부 집기류도 모두 빼냈다.

철거 과정에서 가게를 지키려던 창업주 가족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을지OB베어 내부에는 강제집행에 대비해 매일 3~4명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으며, 이들은 용역이 들어오자 거세게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현장에는 시민단체 활동가 및 주변 상인 등 30여 명과 용역 10여 명이 가게 앞에서 계속해서 대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문을 연 을지OB베어는 처음으로 ‘노가리와 맥주’ 조합을 선보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시초다. 2015년 서울시는 노가리 골목 전체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며 홈페이지에 “호프집 10여 곳이 모여 있는 노가리 골목은 저녁이 되면 야외 테이블까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노가리 골목의 원조인 ‘을지OB베어’는 1980년 당시 생맥주 체인인 OB베어 호프집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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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OB베어를 구해주세요’
‘을지OB베어를 구해주세요’ 을지OB베어 공동대책위원회와 옥바라지선교센터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을지로 노가리골목에 위치한 을지OB베어 앞에서 불법 강제집행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을지OB베어의 강제집행 때마다 함께해온 옥바라지선교센터 관계자는 “이날 새벽 4시경 을지OB베어에 용역 100여 명이 들어와 강제집행을 시작했다”며 “건물주 만선호프의 분점 확대로 을지OB베어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강제집행은 제작년 11월부터 시작돼, 이날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980년 문을 연 을지OB베어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원조이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1호 백년가게’다. 2022.4.21 뉴스1
을지OB베어는 2018년 중소기업벤처부 ‘백년가게’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장사한 소상공인이 100년 이상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세입자 을지OB베어 건물주의 분쟁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을지OB베어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면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노가리골목의 만선호프 사장 측이 을지OB베어가 입점한 건물의 일부를 매입하면서 건물주가 됐다고 한다.

을지OB베어 측에 따르면 만선호프와 을지OB베어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고, 을지OB베어가 그간 강제집행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계속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상호 합의가 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을지OB베어 측은 “만선호프 측에서 돌연 을지OB베어 소유 부지에 화장실을 새로 지을 공간을 요구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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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와 주변 상인들은 을지OB베어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가게 앞에서 기자회견과 문화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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