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활이 아니었다…가운만 봐도 기모노 떠올라 못 먹어”

“인간 생활이 아니었다…가운만 봐도 기모노 떠올라 못 먹어”

입력 2016-12-29 11:17
수정 2016-12-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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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울대 인권센터와 위안부 피해자 사례집 발간

꽃다운 스물 여섯 살 박영심씨는 1938년 3월 일본 순사의 손에 강제로 평양을 거쳐 중국 남경으로 끌려갔다. 일제가 조선의 여성을 위안부로 데려간 악명높은 ‘처녀공출’이었다.

박씨는 일본군 병영에서 500m가량 떨어진 긴스이루 위안소에 20명의 조선인 여성과 머물렀다. 그가 전한 위안소의 실상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박씨는 생전 “일본군은 하루에 30명 정도 왔다”며 “저항을 하면 다락방으로 끌려가 발가벗겨진 채 매를 맞아야 했다. 일본병(兵)을 상대하는 하루하루는 인간의 생활이 아니었다. 하루라도 빨리 도망가고 싶었지만, 감시는 엄혹했다”고 묘사했다.

그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3년 넘게 지내다 미얀마 랑군, 라시오 위안소를 거쳐 최전방 송산으로 끌려가 매일 30∼40명의 군인을 상대했다.

박씨는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놈들이 술 먹고 달려들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위안부 중 4명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병 걸려 죽고 폭격에 맞아 죽었다”고 회고했다.

1944년 9월 중국군의 공격으로 일본군 수비대가 전멸하면서, 만삭이던 박씨는 포로수용소로 갔다. 이후 해방 이듬해인 1946년 2월 고향 땅인 북한으로 돌아온 그는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자 노력하다가 2006년 8월 평양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그는 일본군의 만행으로 평생 고통에 시달렸다.

2000년 12월 여성국제법정에 참가하고자 일본 도쿄를 찾았다가 숙소 방에 걸린 목욕 가운을 보고, 일본군 위안소에서 입은 기모노가 떠올라 먹거나 말하지 못할 정도였다.

2003년 11월에는 중국 난징과 송산 위안소 현장을 방문해 “괴로워서 가슴이 짓눌리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씨처럼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은 피해자 10명의 생생한 증언과 역사적 자료를 망라한 사례집이 나왔다.

서울시는 서울대 인권센터와 함께 ‘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위안부 이야기’를 펴냈다고 29일 밝혔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올해 7∼8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과 태국 현지를 찾아 발굴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미·중 연합군 공문서, 포로심문자료, 스틸 사진, 지도 등 사료를 발굴했다.

시는 “그동안 위안부 연구에서 일본 정부·군 공문서를 활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았다”며 “이번에 발견한 미국과 연합국 생산 자료는 새로운 관점의 사료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발굴한 쿤밍 포로심문 보고서에 따르면, 구속된 조선인 25명 가운데 10명은 송산 지역 위안소에서 체포된 위안부라는 사실이 담겼다.

이 가운데에는 송산 위안소로 끌려간 박영심씨의 이름도 정확하게 표기돼 있다.

사례집은 박씨 외에도 김소란(가명)·김순악·문옥주·김복동·하상숙씨 등 10명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식민지 조선에서 어떻게 살다가 끌려갔는지부터 귀환 여정과 귀환 후 생활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담았다.

특히 증언과 포로심문 보고서 등을 토대로 피해 경로와 귀환 경로를 지도로 표시해 험난한 여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시는 사례집을 국공립도서관을 중심으로 배포해 시민이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알리도록 시민 대상 강연회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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