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 대한민국…안전출구 찾아라] 피난용 승강기가 없다…불안한 고층

[안전불감 대한민국…안전출구 찾아라] 피난용 승강기가 없다…불안한 고층

입력 2014-06-03 00:00
수정 2014-06-03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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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0층 이상 건물 327동 최소 1대 설치 조항 유명무실

서울의 30층 이상 고층건물은 화재 때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제연설비를 갖춘 피난용 승강기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12년 신축 고층건물에 피난용 승강기를 1대 이상 설치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지금껏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자칫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고층건물(30층 또는 120m 이상)은 초고층건물(50층 또는 200m 이상) 16동을 포함해 모두 327동이다. 특히 초고층건물 가운데 피난용 승강기가 설치된 곳은 2010년 건축 허가를 받은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지상 50층·지하 6층)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전경련 회관에 설치된 37대의 승강기 가운데 피난용은 2대가 전부다.

공사 중인 건물로 범위를 넓혀도 송파구 제2롯데월드(지상 123층·지하 5층)에 피난용 승강기 19대가 설치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축 고층건물은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한 최소 충족 요건인 1대만 설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준고층건물(30~49층) 중 공동주택은 유동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빠른 대피를 위해 피난층에서 1층까지 한 번에 이동해야 하지만 현재는 각 층마다 멈추도록 돼 있는 등 운영 체계도 허술하다.

일반 승강기는 연기와 유독가스의 이동통로로 작용하는 탓에 화재가 발생하면 모두 멈추게 돼 있지만 피난용 승강기는 화재를 비롯한 재난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2001년 9·11테러 이후 피난용 승강기를 도입했다. 정부도 2010년 부산 해운대의 38층 오피스텔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이후 고층건물에 대한 방재 체제를 강화했다. 국토교통부는 2012년 1월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30층 이상 고층건물에 피난용 승강기를 1대 이상 두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2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피난용 승강기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건물 규모에 상관없이 1대 이상 두기만 하면 되는 등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63빌딩 등 초고층건물들이 밀집한 서울시는 앞서 2009년 초고층건축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국내 최초로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했지만 기존 건물에 대한 소급 적용은 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하는 데 비용 부담이 있고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의견 탓에 강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기준을 손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층건물 재난 대비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병희 VT코리아(승강기 컨설팅업체) 대표는 “건축 설계 단계부터 화재 대피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방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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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6-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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