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입수자’ 자살시도…위조의혹 수사 차질 빚나

’문서입수자’ 자살시도…위조의혹 수사 차질 빚나

입력 2014-03-06 00:00
수정 2014-03-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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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에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족 김모(61)씨가 자살을 기도하면서 검찰의 진상조사 작업에 변수가 발생했다.

김씨의 정확한 자살 시도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김씨가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 국정원에 전달한데 따른 책임과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문서 조작을 지시했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책임을 김씨에게 떠넘기면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은 중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해당 문서의 위조 여부를 밝히는 한편 국정원과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통해 김씨의 자살시도 배경에 대한 의혹까지 규명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위조 주도’ 책임감?…억울함? =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노정환 외사부장)은 지난달 28일 주중 선양(瀋陽)영사관 이인철 교민담당 영사와 김씨를 순차 소환해 조사했다.

이 영사는 그동안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34)씨의 출입경 기록 등을 검찰에 제공하는데 관여한 핵심 인물로 거론돼 왔다.

김씨는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기록 중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입수해 국정원에 전달한 인물로 알려졌다.

앞서 유씨 변호인측은 유씨 출입경기록에 세 번 연속 입경-입경-입경이 찍힌 것은 “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 때문”이라는 내용의 싼허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검찰은 정황설명서에 대한 반박 내용이 담긴 싼허변방검사참의 답변서를 국정원을 통해 입수해 재판부에 냈다.

그러나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 감정 결과 변호인측과 검찰측 제출 자료의 도장(관인)이 동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국정원이 입수해 검찰에 전달한 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검찰은 답변서 입수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를 상대로 국정원과 접촉하게 된 경위와 함께 국정원의 부탁을 받고 실제 싼허변방검사참을 접촉해 답변서를 받았는지, 아니면 관인 등을 위조해 답변서를 조작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세 번째 검찰 조사를 받고 돌아간 지난 5일 서울 영등포의 한 모텔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김씨의 자살 시도 배경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남긴) 유서에 (자살 시도 동기를)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명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조사를 담당한 검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죄송하고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관리 잘 하세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등의 내용이 담긴 만큼 검찰 조사과정에서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으로부터 서류 확보 요구를 받은 김씨가 정황설명 답변서를 직접 조작해 국정원에 전달했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를 진술한 뒤 책임감을 느끼고 자살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현지에서 증거조작 문제가 논란이 되자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국내로 들어온 김씨가 국내에서도 검찰로부터 여러 차례 조사를 받고 문서 조작 여부를 추궁당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에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씨에게 문서 확보를 요구한 국정원이 막상 증거 위조 논란이 불거지자 책임을 김씨에게 떠넘겼고, 결국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된 김씨가 자살을 선택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김씨는 자살을 시도한 모텔 방의 벽에 자신의 피로 ‘국정원’이라는 글자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국정원에 대한 원망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정원 강제수사·中 사법공조’ 투트랙 진행 전망 = 김씨의 자살 시도가 벌어지면서 검찰은 기존의 진상조사 작업과 함께 자살 시도를 둘러싼 의혹 해명에도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답변서 입수 경위과 경로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김씨가 국정원의 부탁을 받고 해당 문서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조작이 발생했고 국정원이 이를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면 이는 그동안 ‘비공식 통로로 입수했지만 위조는 없었다’는 국정원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

이에 따라 김씨로부터 문서를 넘겨받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인철 영사나 다른 국정원 직원에 대한 신병확보 내지는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등 검찰의 강제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별개로 의혹의 핵심인 검찰 제출 문서의 위조 여부를 판명하기 위한 중국과의 사법공조 절차도 예정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검찰이 제출한 허룽(和龍)시 공안국 관인 및 공증처 관인이 찍힌 출입경기록, 이를 발급해 준 사실이 있다는 허룽시 공안국 명의 사실조회서의 위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앞서 중국대사관측은 싼허변방검사참의 답변서 외에도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과 사실조회서 역시 위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김씨의 자살시도에도 불구하고) 정상대로 진상규명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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