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동료를 성적 대상으로… ‘남성 주류 카르텔’의 이중적 시선

여성 동료를 성적 대상으로… ‘남성 주류 카르텔’의 이중적 시선

신형철 기자
입력 2020-07-13 22:10
수정 2020-07-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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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문화 왜 바뀌지 않나

성인지 감수성 앞세운 안희정·박원순
정치적 트로피로 활용한 위선적 태도

여성을 완전한 동료로 인정 않는 ‘폐단’
김지은씨 2차 가해 측근 여전히 국회에
김해영 공개 사과… “주류 쉽게 말 못해”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여성단체는 지난 9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측근에 의한 2차 피해, 대한민국 국회는 이들을 끌어안는 곳인가’라는 제목의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김지은씨를 2차 가해한 측근들이 여전히 국회에서 일하고 있다는 고발이었다. 2018년 3월 나온 안 전 지사 ‘미투’는 정치권은 물론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이후로도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여권 광역단체장의 비서직 여성 성폭력 사건은 계속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박 전 시장 영결식이 끝나고 고소인 측 기자회견이 열린 13일에야 이해찬 대표가 나서 사과를 했다. 그 전까지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 후속 조치에 대한 민주당 정치인들의 반응은 일관적이었다. ‘공소권 없음’ 등을 언급하면서 피고소인이 망자가 된 이상 추가 조사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석에서의 반응은 더 솔직하다. 한 초선 의원은 “쌓아 온 관계가 있는데 쉽게 언급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내에서 처음 공개 사과를 한 정치인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해영 최고위원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보좌진은 “당내 주류 정치인이었으면 쉽게 할 수 없었을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남성 주류 카르텔’을 공고히 한 정치권은 성인지 감수성을 무기로 내세우는 양면성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안 전 지사와 오 전 시장, 박 전 시장 모두 성인지 감수성을 강점처럼 내세워 왔다. 박 전 시장의 경우 여성시민사회와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상하 관계가 가장 뚜렷한 측근인 비서직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여권 유력 정치인들의 성범죄가 여성을 완전한 ‘동지’로 받아들이지 않는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께 선거를 치르고 시정·도정을 보좌하는 동지이자 동료이지만 결국 어느 순간에는 여성으로 성적 대상화한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자신의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따라 결국 박 전 시장을 고소한 피해 호소인이 적으로 규정된 모양새”라며 “여의도 정치권의 폐단을 다시 한번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시장 사건의 양상이 안 전 지사의 경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오랜 기간 핵심 인물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내부적으로 아무런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 김씨는 자신의 저서에서 “안희정이 그 밤에 급히 불러 처리해야 했던 아주 중요한 일은 내게서 미투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듣는 일이었고, 그 입막음의 방법으로 성폭행은 다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 전 시장 사건 고소인 측 김재련 변호사는 회견에서 “범행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지속됐다”며 “범행 발생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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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20-07-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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