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실이가 쏩니다”…우승하면 커피차 뜹니다[권훈의 골프 확대경]

“오늘은 신실이가 쏩니다”…우승하면 커피차 뜹니다[권훈의 골프 확대경]

권훈 기자
입력 2026-05-20 18:06
수정 2026-05-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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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만의 ‘우승 답례품’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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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신실이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 공식 연습일이었던 지난 19일 대회장인 경기 여주시 페럼 클럽에 마련한 커피 트럭. 이곳에서 선수, 캐디, 대회 운영진 등은 공짜로 커피와 음료를 제공받았다. KLPGA 제공
방신실이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 공식 연습일이었던 지난 19일 대회장인 경기 여주시 페럼 클럽에 마련한 커피 트럭. 이곳에서 선수, 캐디, 대회 운영진 등은 공짜로 커피와 음료를 제공받았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는 전세계 프로골프투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관행이 있다.

우승한 선수는 다음 대회 때 출전한 모든 선수와 대회 운영진, 심지어 중계방송진과 취재기자들한테까지 먹을거리를 돌린다. 예전에는 손바닥 크기 상자에 떡 서너 개를 담아 돌렸는데, 요즘은 작은 케이크나 쿠키, 과일이나 견과 등 다양한 간식거리를 담아서 나눠주는 것으로 진화했다. 예쁜 포장에는 우승한 대회와 우승자 이름이 박혀 있다. 우승자 사진을 곁들이기도 한다. 감사의 문구 등 정성과 재치가 보통이 아니다.

‘우승떡’ 간식 답례품 독특한 관행
올해엔 매 대회 커피 트럭도 불러
우승턱 내는 비용 1000만원 안팎
대회 때마다 클럽하우스 곳곳에는 이런 상자를 들고 다니거나 꺼내 먹는 선수, 캐디, 관계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돌리는 선수나 받는 사람이나 다들 ‘우승떡’이라고 부르는 이 작은 선물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기록도 없고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다.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에 우승하면 떡을 돌리는 선수가 나타났고 해가 갈수록 많아지더니 2010년 이후엔 우승자가 떡을 동료 선수들에게 선물하는 관행이 정착됐다는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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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덕신 EPC 챔피언십에서 통산 10승을 달성한 이예원이 돌린 우승 답례품.  매니지먼트 서울 제공
지난달 덕신 EPC 챔피언십에서 통산 10승을 달성한 이예원이 돌린 우승 답례품.
매니지먼트 서울 제공


2008년 데뷔해 2015년까지 5차례 우승했던 김혜윤 SBS 골프 해설위원은 “투어에 들어가서 초창기에는 떡을 돌리는 선수가 없거나 있어도 한두명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언제부턴가 우승하면 떡을 돌리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한두명이 시작한 이 우승 답례품 돌리기 관행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초기에는 첫날에만 떡을 돌렸지만 지금은 1, 2라운드 이틀분을 선물한다. 1라운드 때 돌릴 떡과 2라운드 때 선물할 떡을 달리 주문해 마련한다는 얘기다.

요즘은 커피 트럭을 부르는 또 다른 관행도 생겼다. 커피 트럭은 공식 연습일에 대회장 연습 그린 앞이나 클럽 하우스 한켠 등 선수들이 오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는다. 선수, 캐디는 물론 누구나 커피 트럭에서 커피나 음료를 공짜로 받아 마실 수 있다. 대개 하루 500잔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커피 트럭과 계약한다.

커피 트럭을 공식 연습날에 마련하는 건 생애 첫 우승을 했거나 홀인원을 해서 값나가는 부상을 받는 등 턱을 낼 일이 있는 선수 등 사연 있는 선수만 하던 특별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우승하면 으레 다음 대회 때 커피 트럭을 부른다. 이번 시즌 들어서는 커피 트럭이 빠진 대회가 한 번도 없었다.

우승떡과 커피 트럭 등 우승턱을 내는 비용은 얼마나 들까. 선수마다 다르지만 1000만원 안팎이 든다. ‘우승떡’이라고 통칭하는 우승 답례품은 맞춤 포장까지 포함하면 600만원이 넘게 든다. 커피 트럭을 부르는 건 하루 200만원쯤 들어간다.

이런 우승턱을 내는 비용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선수들은 “우승한다면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KLPGA투어 우승 상금 규모가 워낙 커진 덕분이다. 이번 시즌 KLPGA투어에서 상금 규모가 가장 적은 대회라도 우승 상금은 1억 8000만원이다. 우승하면 상금뿐 아니라 후원사들이 미리 정해놓은 보너스도 현금으로 지급한다. 커피 트럭을 부르는 비용은 메인스폰서 기업이 부담하는 경우도 많다.

상금·인센티브 확 늘어난 KLPGA
경쟁하면서 서로 챙기는 ‘공동체’
선수들 “우승한다면 아깝지 않죠”
한마디로 넉넉한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우승떡과 커피 트럭은 모자라지 않게 넉넉하게 준비하는 게 포인트다. 혹시라도 분량이 모자라서 못 받는 사람이 생기면 큰일이다. 최근 어떤 선수는 단가가 비싼 답례품을 선물한다고 분량을 줄였다가 못 받은 사람이 적지 않아 낭패를 보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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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리쥬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임진영이 마련한 답례품이 다음 대회였던 더 시에나 오픈이 개최된 경기 여주시 더 시에나 벨루토CC 클럽 하우스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매니지먼트 서울 제공
개막전 리쥬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임진영이 마련한 답례품이 다음 대회였던 더 시에나 오픈이 개최된 경기 여주시 더 시에나 벨루토CC 클럽 하우스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매니지먼트 서울 제공


이런 우승 답례는 KLPGA투어만의 독특한 문화다. 해외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관행이다. 한국인 특유의 나눔 정신에다 KLPGA투어가 매주 같은 선수들이 출전해 11개월 동안 일종의 공동체가 된 때문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매주 경쟁하면서도 언니, 동생, 친구처럼 서로를 살뜰하게 챙긴다. KLPGA투어 선수들이 유독 기부에 활발한 것도 이런 나눔의 문화가 넉넉한 사람이 더 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았나 싶다.
세줄 요약
  • 우승 선수의 떡·간식 답례 문화 정착
  • 커피 트럭까지 번진 KLPGA만의 관행
  • 우승턱 비용 1000만원 안팎 수준
2026-05-21 B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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