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뜻하지 않게 버려진 고아와 장애인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는 늘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선뜻 실천을 하지는 못해 반성과 자책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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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홀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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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홀트 이사장
올해로 꼭 50년째 ‘고아와 장애인’의 할머니이자 어머니·누나·언니로 살아온 ‘홀트아동복지회’의 말리 홀트(한국명 許滿理·70) 이사장은 그래서 더욱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말리 홀트 이사장은 50년 전 스물한 살 꽃다운 처녀 때 아버지 해리 홀트(1964년 작고)와 함께 한국땅을 처음 밟았다. 낯선 땅에서 ‘입양과 장애’라는 두 단어를 어깨와 가슴에 짊어지고, 보듬고 꼭 반세기를 묵묵히 걸어왔다. 어렵고 고달픈 생의 그늘에서도 자신보다 버려진 아이, 온전치 못한 아이들을 더 소중하게 온몸으로 맞이하며 살아온 특별한 인생이다.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 버서 홀트(2000년 작고)마저 세상을 떠나간 뒤에는 24시간 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며 홀트아동복지회를 이끌고 있다.
지난 10월 홀트아동복지회 설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감동적인 회고담으로 참석자들을 울렸던 크리스틴 러셀(52) 등 5명을 첫 입양한 이후 50년 동안 홀트아동복지회를 거쳐 해외에 입양된 아이만 해도 9만 5000여명.
6·25전쟁의 폐허 속에 시작됐기에 초창기에는 전쟁고아와 혼혈아가 대다수였으며, 최근에는 미혼모 아이들이 많아지는 추세여서 나름대로 한국 사회의 변천사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 일산의 자택을 찾았을 때에도 그는 어린 장애인을 가슴에 꼭 껴안고 있었다.“한국도 지난 세월만큼 참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입양아들이)정상적으로 자라 결혼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그동안 부산 광주 전주 등지의 고아원과 예수병원 등에서 활동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의촌 진료에도 앞장서는 등 우리 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자주 선사했다. 현재 일산에서 입양이 힘든 고아 장애인 270명을 자식처럼 돌보고 있다.
지난 15일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곽재우)가 선정한 ‘올해의 굿뉴스 메이커상’을 수상했다.
김문 WE팀장 km@seoul.co.kr
2005-12-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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