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터치 리뷰

블라인드 터치 리뷰

정서린 기자
입력 2008-02-16 00:00
수정 2008-02-1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미닫이문을 들어서면 소박한 다다미방이 들어앉은 무대. 따뜻함이 감도는 노란 불빛 아래 아내가 남편에게 묻는다.“당신, 국가권력의 폭력으로 키가 작아진 거 아니에요?” 남편은 망설이지 않는다.“아마 4∼5㎝ 정도?”
이미지 확대


연극 ‘블라인드 터치’(연출 김광보·3월16일까지ㆍ소극장 산울림)의 주인공은 16년차의 중년 부부. 그러나 대화는 어색하고 몸가짐은 조심스럽다. 남자는 이제 막 옥살이를 하고 나온 길이다.28년의 저당잡힌 세월. 부부는 옥중 결혼한 사이다.TV를 보고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을 하고 이부자리를 정성껏 펼치는 극은 일상의 풍경과 대사를 잔잔하게 늘어놓는다.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이용되어 온 일본 오키나와는 일본인들이 30여년간 투쟁해온 공간. 남자는 ‘블라인드 터치’라는 피아노 밴드에서 활동하다 기지 건설 반대시위에 나선다. 그러나 주동자로 몰려 무기수가 된다.

이 ‘진지한’ 연극은 일본 내부만 걱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이 자폭 테러를 막기 위해 뭘 하고 있느냐는 자기반성에까지 이른다. 이 부부는 양심을 버린 사회를 개인의 양심으로 구하려 한다. 그러나 부부가 구해야 할 것은 또 있다. 그동안 폐쇄적인 삶으로 잃어버린 부부의 사랑이다. 스타카토처럼 기계적·강박적으로 쏟아지는 이념과 투쟁을 담은 대사들은 귀에 이질적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하는 연극을 만난 뿌듯함은 크다. 윤소정의 단정한 말씨는 수십년을 인내해온 여인의 내면을 잘 표현해낸다. 어설픈 불협화음이지만 나란히 피아노를 두드려대는 부부의 뒷모습. 마침내 이들이 합주를 이루는 마지막 장면은 숨기지 않고 알몸이 됐을 때에야 비로소 사랑과 진실이 드러난다고 역설한다. 그것이 사회이든 개인이든….(02)334-5915.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2-16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