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강타하는 음악…막이 내리면 진짜 공연이 시작된다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막이 내리면 진짜 공연이 시작된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4-11-19 05:00
수정 2024-1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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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지’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뮤지컬 ‘리지’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그 어떤 K팝 걸그룹에서도 보기 어려운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여배우들이 스탠드마이크를 붙잡고 냅다 고음을 내지르고 심장을 강타하는 빠른 드럼 비트가 관객들을 열광케 한다. 보통의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흥분감에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몸이 가만있을 새가 없다.

뮤지컬 ‘리지’가 차원이 다른 음악의 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리지’는 1892년 8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부유한 사업가 앤드루 보든과 그의 부인 에비가 집안에서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돼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리지 보든 사건’을 소재로 한다. 부부의 둘째 딸인 리지 보든이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됐지만 정황 증거 외에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여성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없을 것이란 사회 통념에 따라 무죄로 석방된 유명한 미제 살인 사건이다.

‘리지’는 실제 사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로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펼쳐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증언할 4명의 여성 리지, 리지의 언니 엠마, 가정부 브리짓, 이웃 앨리스가 등장해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한다.

당대 사회를 떠들썩하게 해놓고도 결국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인 만큼 ‘리지’는 맞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어긋난 듯한 퍼즐 같은 복잡한 서사를 펼쳐놓는다. 리지가 강력한 범인으로 추정되지만 100% 확신할 수 없었던 미스터리함이 이야기의 흥미를 더해가면서 심리극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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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지’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뮤지컬 ‘리지’ 공연 장면. 쇼노트 제공


충격적인 범죄를 소재로 한 내용도 몰입감이 상당하지만 무엇보다 강렬한 음악이 ‘리지’를 대표하는 매력으로 꼽힌다. 첫 넘버부터 고음이 돋보이는데 쉬는 구간이 없어 배우들의 목이 걱정될 정도다. 노래를 굉장히 잘해야 하는 작품이다 보니 그만큼 어느 캐스팅이든 믿고 들을 수 있다.

‘리지’의 백미는 공연이 끝나고 시작된다. 커튼콜 때 배우들이 주요 넘버들을 콘서트 형식으로 부르고 관객들은 록밴드 공연에 온 듯 떼창을 부르고 몸을 흔든다. 입장할 때 줬던 도끼 모양의 야광봉을 흔들며 몸을 들썩이는 모습은 뮤지컬 공연장이 아니라 록 페스티벌의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공연 내내 따라부르고 싶었던 강렬한 노래들을 마음껏 따라부를 수 있으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넘버들을 미리 알고 가면 더 즐길 수 있다. 독창적인 퍼포먼스와 영혼을 울리는 음악이 관객들을 몇 번이고 빠져들게 한다.

1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리지 역에 김소향·김려원·이봄소리, 엠마 역에 여은·이아름솔, 엘리스 역에 제이민·효은·유연정, 브리짓 역에 이영미·최현선이 나온다. 작품에 다 못 담긴 내용이 프로그램북에 알차게 담겨 있으니 함께 보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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