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예수 이름으로…압도적 폭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단에 연설하고 있다. 2026.3.29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화평케 하는 자”로 치켜세운 목사의 편지를 공개하며 또 한번 ‘평화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은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기도는 거부당할 것”이라며 미국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쟁 와중에 나온 상반된 종교적 메시지가 묘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보낸 서신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한국에서 대규모 복음 집회를 이끌었던 고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로, 미국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계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15일 작성한 편지에서 그레이엄 목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및 인질 귀환을 중재한 점을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이어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다”는 신약성서 마태복음 구절을 인용하며 “대통령님, 그게 바로 당신”이라고 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언론과의 문답에서 자신이 천국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한 점을 거론하며, 죄의 회개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분명히 천국에 가게 된다”고 적었다.
교황이 전쟁과 신앙의 양립 불가를 정면으로 지적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화평케 하는 자’로 규정한 편지를 공개한 셈이다.
교황, 전쟁과 신앙 ‘양립 불가’ 정면 지적
레오 14세 교황이 29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3.29 바티칸 EPA 연합뉴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 공개 몇 시간 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 미사에서 “예수는 전쟁을 거부했으며 누구도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예수는 무장하지 않았고 자신을 방어하지도 않았으며 어떤 전쟁도 치르지 않았다”며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기도는 거부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13일에도 “분쟁에서 중대한 책임을 지는 기독교인들에게 고해성사할 겸손과 용기가 있는가”라며 미국 집권 세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교황이 특정 인물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미국 내 기독교 보수 진영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헤그세스 장관의 경우 25일 국방부 기도 모임에서 “우리 병사들이 자비를 베풀 가치가 없는 자들을 향해 압도적인 폭력을 가하기를 기도한다”며 “우리는 위대하고 강력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담대한 확신을 가지고 이를 간구한다”고 말했다.
무슬림이 다수인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전쟁에 임하겠다고 사실상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며 “가능하다면 노력해서 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이스라엘과 대이란 군사작전에 돌입하면서 ‘전쟁 중재자’에서 사실상 ‘침공 주체자’가 됐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장로교 신자로 알려져 있으며,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 행정부 핵심 인사들 가운데는 가톨릭 신자도 적지 않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쟁 수행의 명분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종교적 정당성 논란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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