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정출산 노린 비자 심사 강화…한국은 해당 안돼

미국, 원정출산 노린 비자 심사 강화…한국은 해당 안돼

강경민 기자
입력 2020-01-24 10:24
수정 2020-01-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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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이 원정출산 여부 판단…의료 목적 방문시 재정능력 증명해야실무상 “판단 쉽지 않다” 지적도…재선 앞둔 트럼프 또 ‘반이민’ 기치 드나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의 비자발급소 모습. 서울신문 DB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의 비자발급소 모습.
서울신문 DB
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관광·상용 비자 발급 심사를 강화함으로써 ‘원정출산’을 제한하는 새로운 비자 규정을 내놓았다.

다만 한국을 포함해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국가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국무부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 원정출산을 주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경우 관광·상용 비자인 ‘B 비자’ 발급 요건에서 허용할 수 없는 사유로 분류했다. 이 규정은 24일부터 적용된다.

새 규정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비자를 신청할 경우 의료적 이유 때문에 미국을 방문하고 이에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비자 발급이 거부된다.

방문 목적이 의료적 이유가 아닌 경우 병든 친척 방문이나 사업상 회의 참석 등 다른 불가피한 사유를 증명하면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영사관은 비자 신청자가 원정출산을 주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을 때 비자 발급을 거부하도록 했다.

비록 영사관 직원이 가임기의 모든 여성에게 임신 여부나 의향을 물어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육안상 이미 임신했거나 미국 출산을 계획한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을 때 이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미 당국자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유럽과 아시아의 39개 국가에 대해서는 새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AP는 보도했다. 한국은 이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 국가다.

원정출산이란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도를 노리고 비(非) 미국인 임신부가 ‘B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뒤 출산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8만달러를 내면 호텔과 의료비를 제공하겠다고 광고할 정도로 미국 안팎에서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통하고, 러시아와 중국에서 많은 임신부가 원정출산을 오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한국 역시 원정출산이 이슈화되기도 했다.

이민 규제 강화를 주장해온 이민연구소는 2012년에 3만6천명의 임신부가 미국에서 원정출산을 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이민의 허점을 막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 제도로 인해 발생한 국가안보 위험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시민권의 진실성은 보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도 “새 규정은 원정출산 산업과 관련된 범죄행위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 이민정책’의 연장 선상에서 출생시민권을 손보겠다고 해온 공언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나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는 권리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위헌 시비와 반론에 막혀 시행하진 못했다.

이번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주초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이지리아, 미얀마 등 7개국가량의 입국금지 대상 추가 검토와 맞물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표심을 얻기 위해 ‘반이민’ 정책 기치를 다시 내걸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도 평가된다.

다만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출생시민권 제도 자체의 손질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비자 심사를 강화하더라도 실무적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신 여성의 미국 방문 목적이 관광인지, 사업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상당수 미국 비자의 유효기간이 10년이어서 이미 받아놓은 비자를 이용해 원정출산에 나설 경우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

원정출산을 막기 위해 임신한 여성을 대상으로 규제를 추가한 것은 임신부 차별이라는 비판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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