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긴축재정 직격탄… ‘니트족’ 뿔났다

인종차별·긴축재정 직격탄… ‘니트족’ 뿔났다

입력 2011-08-10 00:00
수정 2011-08-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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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4반세기 만에 최악 폭동… 전국 확산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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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으로 깊어진 사회적 갈등과 인종차별이 영국을 불타게 하고 있다.’

영국이 4반세기 만에 최악의 폭동 사태에 빠졌다. 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소요 사태가 9일 런던에서 160~280㎞가량 떨어진 리버풀, 버밍엄, 노팅엄, 브리스틀 등 전역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전날 런던 서부 클로이던에서는 차 안에서 폭동을 보고 있던 한 26세 남성이 머리에 총상을 입은 뒤 사망하면서 이번 폭동의 첫 희생자가 나왔다.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플라스틱 탄환’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 유혈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나흘간 52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전날 밤 휴가를 보내던 이탈리아에서 급히 귀국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오전 비상각료회의를 열어 “11일 임시 의회를 소집해 폭력 사태를 논의하고 성명을 내겠다.”고 밝혔다. 8일에는 한국인 관광객 2명이 런던 하이드파크 인근에서 복면한 청년들에게 200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기는 피해를 입었다.

무엇이 ‘런더너’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이번 런던 폭동의 원인은 분명하지 않지만 외신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집권 보수당이 추진 중인 재정긴축과 경기침체로 깊어진 사회적 분열과 26년 전 토트넘에서 발생한 경찰과 흑인 지역사회 간의 오랜 갈등과 불신, 즉 인종차별이다.

1985년 토트넘에서는 아프리카 카리브해 출신의 흑인 여성 플로이드 자렛이 위조된 자동차세 납부증명서를 가지고 운전한 혐의로 경찰에 제지당했다. 수시간 뒤 경찰이 자렛의 자택에 난입해 그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어머니가 숨지면서 분노한 흑인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지난 6일 토트넘 시위는 표면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525명 체포… 캐머런 총리 의회 소집

하지만 런던정경대(LSE)의 지방정부 전문가 토니 트래버스는 “현재의 국면은 26년 전 폭동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면서 “그때 이후 토트넘에서는 지역사회와 경찰 간에 폭넓은 대화가 이뤄졌고 주택과 근린시설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폭력 사태가 80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런던을 넘어 100㎞ 이상 떨어진 다른 도시로까지 확산된 데다 뚜렷한 목적 없는 청년 범죄가 폭발한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야당 세력은 집권 보수당이 추진한 재정 긴축안으로 정부 지출이 대폭 삭감되며 초래된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양극화 심화를 주범으로 지목한다. 토트넘 주민 스콧 앨런은 “정부의 지출 축소로 청년을 대상으로 한 복지 서비스가 사라졌고 공공 부문 근로자들도 해고됐다.”고 성토했다.

●폭동가담자 대부분이 20대 이하

유럽 전체의 고질병인 ‘잃어버린 세대’의 환멸과 분노도 이번 사태에 투영됐다. 폭동에 가담한 대부분이 20대이거나 그보다도 어리다. 이번 주말 경찰에 체포된 최연소자가 11살일 정도다.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고 직업도 없는 청년 무직자, 이른바 ‘니트족’은 영국 청년 전체의 17%에 이른다. 정부가 내년 올림픽에는 수십억 파운드를 쏟아부으면서 빈곤 지역은 방치하고 있다고 시위대가 비난하는 것처럼 저소득층 역시 부당하게 희생당하고 있다는 좌절감에 빠져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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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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