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군부·美… 신변위협에 결국 백기

등돌린 군부·美… 신변위협에 결국 백기

이순녀 기자
입력 2008-08-19 00:00
수정 2008-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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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샤라프 사퇴배경과 전망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측근들은 18일 대국민연설 직전까지도 사퇴 가능성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사퇴가 대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의회의 지지 기반을 잃어버린 데다 믿었던 군부와 미국까지 중립적인 태도로 돌아서는 등 사면초가 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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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샤라프는 지난해 10월 야당을 배제한 채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군인 신분으로 출마한 데 따른 법정공방이 벌어지자 11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실상의 계엄통치를 단행했다. 국민들의 신임을 잃은 지난 2월 총선에선 자신이 이끌던 파키스탄무슬림리그-Q(PML-Q)가 패하면서 야당에 의회와 내각을 넘겨줬다.

‘친정’인 군부도 등을 돌렸다. 대통령 탄핵논의 과정에서 불개입을 천명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75%가 무샤라프의 사임을 원할 만큼 지지율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섣불리 행동에 나섰다가 쿠데타나 군부통치를 꾀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위험이 있었다.

강력한 우방인 미국도 발을 빼는 모습이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은 미국에 훌륭한 우방이었다.”고 친미 정책을 호평하면서도 미국 망명을 허용할 것이란 소문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무샤라프는 어느 한 곳 기댈 데 없는 상황에서 모험을 택하기보다 신변보장과 면책특권 등을 전제로 자진 사퇴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이란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무샤라프는 이날 앞으로 거취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퇴를 조건으로 집권 연정과 어떤 밀약이 오갔는지도 분명치 않다. 연정은 무샤라프가 사퇴하면 무혐의 처분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연정의 한 축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샤라프가 어디에 머물지도 미지수다. 뉴스위크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임시 망명할 것이란 추측을 내놓았다.

파키스탄 정국은 당분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PPP당의장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와 PML-N의 수장 샤리프 전 총리가 유력한 라이벌로 분류되고 있다. 누가 권좌에 오르든 25%에 이르는 인플레이션과 전력 부족, 자본 해외 도피, 이슬람 과격 세력 급부상 등 안팎의 난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친미 인사 무샤라프가 사임함으로써 미국의 대 테러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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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8-08-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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