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가 끝난 뒤 불씨로 남았던 종교편향 갈등이 가라앉을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와 ‘국민과의 대화’에서 잇따라 불심(佛心)을 달랬다.“그동안 불교계가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불교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직접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경위야 어찌됐든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결자해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에 불교계가 “성의 있는 자세”라고 화답한 것도 우리를 안심케 한다. 이로써 그간의 갈등을 씻고 봉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
이번 종교갈등은 정부측에서 유발한 측면이 적지 않다. 일부 공직자가 종교편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행을 한 까닭이다. 이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를 인정함으로써 화해의 첫발을 디뎠다고 본다. 문제는 앞으로 진행될 일들이다. 불교계는 “경찰청장 파면 등 나머지 3개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가 좀 더 성의를 갖고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않고 타협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여겨져 다행스럽다.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해법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정치권 등 제3자의 개입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론분열을 걱정하고, 진정 국가의 발전을 바란다면 언행을 삼가야 한다. 민주당이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질이 빠진, 말뿐인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고 꼬집은 것은 수사(修辭)로 받아들이고 싶다. 일부 보수단체와 개신교 등에서 불교계를 폄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국민통합이 우선이다. 그래야 어려운 난국을 함께 풀어나갈 수 있다. 네편, 내편 갈라서는 안 된다. 거듭 강조하건대 정부는 실천을 통해 종교편향을 시정해야 한다. 불교계도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화합에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
2008-09-10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