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개와 공중도덕/구본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개와 공중도덕/구본영 논설위원

입력 2008-03-18 00:00
수정 2008-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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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개의 심리를 다룬 책을 보내왔다. 미국서 스테디 셀러라는, 세사르 밀란의 ‘도그 위스퍼러’를 번역한 책이었다.

저자는 그동안의 통념과는 다른 주장을 펴고 있었다. 본래 개들은 앞마당에서 음식찌꺼기를 먹고 자랐다. 그러나 지금은 고급 사료를 먹으며 주인과 함께 침대에서 자지만 더 행복해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골목을 누비던 개들이 이제 미용실에 다니는 팔자가 됐지만, 문제견은 늘어만 간다는 지적도 했다. 결국 인간이 개가 원하는게 뭔지도 모른 채 자신이 주고 싶은 것만을 준다는 얘기였다. 개는 자연 그대로 ‘개답게’ 살기를 원하는데도 말이다.

흥미로운 이론이었다. 다만 동물심리학에 문외한이라 그 타당성을 검증할 길은 없었다. 하지만, 퇴근길 아파트 현관에 애완견이 실례한 흔적을 발견하고 무릎을 쳤다. 개들이 일으키는 문제의 원인은 개가 아닌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는, 밀란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한때 공중도덕과 인권유린 사이에서 논란을 빚었던 ‘개똥녀’사건의 본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구본영 논설위원

2008-03-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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