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토왜도(倡義討倭圖)란 그림은 ‘내통(內通)’을 처단하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임진왜란 때 함경도 의병활동상을 담은 기념비가 북관대첩비다. 창의토왜도는 그 내용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전투가 한창 진행중임에도 왜군과 내통한 자의 목을 치고 있다. 우적(友敵) 대치상황에서 간첩질을 의미하는 내통은 즉결처분이 원칙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을 회고하면서 내통을 언급했다. 당시 노 대통령이 속했던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이 다른 후보나 정당을 기웃거린 상황을 빗댄 말이었다. 대선 승리 가능성에 따른 정치철새떼의 움직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염치없는 행태였지만 간첩질에 바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는 논쟁거리다. 그때 ‘후단협’ 인사들은 거의 공개리에 정몽준씨를 여권의 통합후보로 밀었다.“내통 현장이 국민에게 포착됐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내통이란 용어에서 정치적 복선이 느껴진다. 노 대통령의 행적을 풀이하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왜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을까. 지역감정 해소는 명분일 것이다. 내통자와 더이상 함께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작용했다고 본다. 최근의 통합신당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즉결처분해도 시원찮을 내통자와 다시 손을 잡으라니…. 노 대통령의 선택을 쉽사리 추정할 수 있다.
정치기상도가 더욱 복잡한 올해는 정치 내통이 한층 판칠 듯싶다. 여당은 후보가 정해지기도 전부터 탈당사태가 벌어지고, 야당 대선주자 빼내기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나라당 손학규씨가 여권 후보로 영입돼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소설까지 등장했다. 야당은 유력주자간 경쟁이 너무 빡빡한 바람에 내통설이 나온다. 노무현·이명박 연대론, 김대중·박근혜 연합론 등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 북한과 내통 의혹은 선거판의 단골메뉴다. 뉴라이트, 뉴레프트를 위시한 각종 단체들…. 겉주장과는 달리 특정 정파와 내통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정치판이 언제쯤이나 내통처럼 살벌한 용어에서 벗어나게 될지, 안타깝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을 회고하면서 내통을 언급했다. 당시 노 대통령이 속했던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이 다른 후보나 정당을 기웃거린 상황을 빗댄 말이었다. 대선 승리 가능성에 따른 정치철새떼의 움직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염치없는 행태였지만 간첩질에 바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는 논쟁거리다. 그때 ‘후단협’ 인사들은 거의 공개리에 정몽준씨를 여권의 통합후보로 밀었다.“내통 현장이 국민에게 포착됐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내통이란 용어에서 정치적 복선이 느껴진다. 노 대통령의 행적을 풀이하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왜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을까. 지역감정 해소는 명분일 것이다. 내통자와 더이상 함께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작용했다고 본다. 최근의 통합신당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즉결처분해도 시원찮을 내통자와 다시 손을 잡으라니…. 노 대통령의 선택을 쉽사리 추정할 수 있다.
정치기상도가 더욱 복잡한 올해는 정치 내통이 한층 판칠 듯싶다. 여당은 후보가 정해지기도 전부터 탈당사태가 벌어지고, 야당 대선주자 빼내기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나라당 손학규씨가 여권 후보로 영입돼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소설까지 등장했다. 야당은 유력주자간 경쟁이 너무 빡빡한 바람에 내통설이 나온다. 노무현·이명박 연대론, 김대중·박근혜 연합론 등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 북한과 내통 의혹은 선거판의 단골메뉴다. 뉴라이트, 뉴레프트를 위시한 각종 단체들…. 겉주장과는 달리 특정 정파와 내통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정치판이 언제쯤이나 내통처럼 살벌한 용어에서 벗어나게 될지, 안타깝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7-01-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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