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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트위스트 효과’…국내도 장기채 인기

‘버냉키 트위스트 효과’…국내도 장기채 인기

입력 2011-08-31 00:00
업데이트 2011-08-3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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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금리 인상 우려에 경기 불확실 때문”

국내 채권시장의 투자패턴이 장기채 위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보유채권을 장기물로 바꾸는 이른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가 벤 버냉키 Fed 의장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놓을 수 있는 히든카드로 지목된 점이 이런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더블딥 우려로 고수익ㆍ고위험 채권보다 장기채를 활용해 ‘세월 움켜잡기(duration grab)’로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도 고액자산가들에게 ‘버냉키 트위스트’를 권유하고 있다. 요즘 장기채 구매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만기가 긴 자산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국고채 20년물, 지역개발채, 공사채, 국민주택 2종, 물가채 등 장기채를 투자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국채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확정금리를 지급하면서 금리하락 때 비과세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자산이다. 국채는 이표를 재투자할 수 있고, 지역개발채는 연 복리효과가 있으며, 물가채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채(물가연동국채)는 국채의 일종으로 물가상승률을 이자에 반영해주며, 표면금리가 1.5%로 낮아 세금을 적게 내고 물가상승에 따른 수익은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선진국의 장기채 금리를 보면 대부분 1~2% 수준인데, 3% 후반인 우리나라 장기채 금리가 2%대로 진입한다면 채권에서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고, 금리가 오르면 만기까지 보유해 확정금리를 지급받아 원금을 지키는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7년 이상 국채 내지 물가채를 2009년 3조1천억원, 작년 2조8천억원, 올들어 7월까지는 1조6천억원 어치 팔았다. 장기채 구매는 채권매매계좌를 트면 누구나 할 수 있으며, 1만원부터 거래할 수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도 투자자의 성향별로 다양한 장기 국공채ㆍ회사채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1천원부터 채권거래가 가능하다.

국민주택 2종, 국민주택 1종, 서울도시철도 등 3~4%대의 장기물이나, 물가연동국채 등을 주로 팔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까지 물가채를 500억원 가량 팔았다. 2009~2010년에 걸쳐 월평균 2천억~3천억원 채권을 팔았는데, 최근에는 장기채금리가 낮아 판매액이 월평균 1천500억원 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기관끼리 거래하는 장외채권시장에서도 낮아진 금리에 단기채로 수익 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장기채를 매집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3년 이하 단기채 금리가 너무 떨어져 조달금리를 밑돌아 단기채를 통해 자금을 운용하면 손해난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최고점이었던 4.83% 대비 3.84%까지 100bp(1bp=0.01%포인트)나 빠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10%에서 3.48%로, 5년물 금리는 4.51%에서 3.61%까지 빠지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금리 낙폭이 크다. 수요가 몰리면서 금리가 크게 떨어졌고, 장기채 가격은 비싸졌다.

장기물의 최종 투자자인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들은 증권사 등 단기트레이딩 기관까지 장기채를 통한 트레이딩과 수익내기에 합류함에 따라 물건을 구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미국은 정책적으로 단기물을 장기물로 바꿀 가능성이 있어 채권시장에서 수급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는 정책이 없는데도 장기채가 인기를 끈다. 물가부담이 커 정책금리 인상 우려가 늘 있는데다 경기 판단도 안 좋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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