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닌텐도’ 나오려면

‘한국의 닌텐도’ 나오려면

입력 2009-02-06 00:00
수정 2009-02-0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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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가 우리나라 회사였다면 (화투 제조회사였던 닌텐도는) 사행성 회사로 낙인찍혀 문을 닫거나, 아이들 공부를 방해하는 게임기를 만든다는 이유로 밤 12시 이후엔 공장도 못 돌렸을 것이다.”

5일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날 ‘닌텐도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져준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지금 같은 현실에서 ‘한국의 닌텐도’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닌텐도 게임기’는 2007년 1월 국내에 선보인 일본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라이트’로 지난해 말 우리나라에서만 200만개 이상, 세계적으로도 1억개 넘게 팔리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산업정책이 수정되지 않고는 ‘닌텐도’를 앞서는 게임이나 게임기 개발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박상훈 게임파크홀딩스 마케팅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닌텐도 같은 회가가 나올 수 없는 가장 큰 걸림돌로 실적 위주의 게임정책을 꼽았다. 박 이사는 “과거 정부도 게임개발자금은 지원했지만 지원금은 닌텐도DS나, PSP(일본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용 게임을 만드는 데 쓰였다.”면서 “눈에 보이는 실적 때문에 당장 팔리는 게임을 만드는 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정광호 한국게임과학고 교장은 “게임엔진과 서버기술 등 게임 원천기술의 부족으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은 미국·일본에 빼앗겼고,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온라인게임은 중국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기현 동국대 게임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부모는 자녀가 게임 관련 일을 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데 비해 우리 부모들은 반대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유능한 게임 인력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대통령은 게임산업의 진흥을 강조하지만 정부가 만든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는 밤 12시~다음날 새벽 6시까지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도’가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안에서도 한쪽은 게임 회사를 나쁘다고 하고, 다른 쪽은 열심히 게임 만들어 돈을 벌어 오라고 하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닌텐도 같은 세계적인 게임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게임개발 투자 확대와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게임파크홀딩스가 만든 국산 GP2X 휴대용 게임기는 자사의 게임만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누구나 게임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방식을 채택했다. 성능면에서도 닌텐도 DS를 앞서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달 세 번째 휴대용 게임기 ‘GP2X WIZ’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인기 게임은 여전히 부족하다. 게임이 앞선 하드웨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무조건 일본 시장만 고집하는 게임 개발업체들의 반성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합쳐져야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닌텐도도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게 아니라 ‘슈퍼 마리오’라는 대박 게임이 나온 뒤 떴다. 게임기라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게임이 중요하다.”며 “100억~200억원을 투자해 대작게임을 만드는 것은 개별 게임 회사만의 노력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장도 “게임업계로 인재들이 유입되도록 도와줄 실질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게임산업을 전적으로 업체에만 의존하기보다 정부가 전문인력 양성과 게임업체들의 영세성 탈피 방안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9-02-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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