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초반에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다 노무현 대통령의 ‘역지사지’ 발언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취재단이 취합한 뒷얘기를 정리한다.
●北측 개혁·개방 용어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3일 오전 단독 정상회담에서 예상보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개성공단 사업의 속도와 남측의 ‘개혁’,‘개방’ 용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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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왼쪽) 경제부총리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합동브리핑실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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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왼쪽) 경제부총리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합동브리핑실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그러자 노 대통령은 “이렇게 하면 점심먹고 짐싸고 가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농반진반’으로 김 위원장에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색한 것은 아니고 웃으면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개혁·개방 문제를 거론하며 북측의 기존 입장을 교과서적으로 50분 동안 설명하자 노 대통령이 난감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이 30분 동안 남측 입장을 적극 설명하면서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는 후문이다.
●옥류관 오찬서 “북측 체제 존중하는 배려 필요”
회담 분위기가 반전된 데에는 3일 오전 회담 직후 노 대통령의 옥류관 오찬 발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남측 방북단에 오찬을 베푼 자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하며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회담에서 느꼈다. 개성공단의 성과를 얘기할 때 북측 체제를 존중하는 용의주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현장에 있던 북측 관계자를 통해 김 국방위원장에게 즉각 보고됐고, 이 과정에서 북측 고위참모들이 노 대통령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오후에 속개된 회담은 훨씬 분위기가 밝아졌다.
●“평양 인민대학습당 정보화 공사중”
김 국방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나도 인터넷 전문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업무 편의를 위해 인터넷 개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나도 인터넷 전문가”라면서 “공단 안에서만 통하면 되는데 북쪽 다른 지역까지 연결돼서는 문제가 많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 (개성공단에 인터넷을) 못 열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는 “평양 인민대학습당의 경우 김 위원장 지시로 정보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재벌총수들,“힘들다, 힘들어”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한 경제계 인사들은 수행원 없이 2박3일간 일정을 혼자 소화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회장, 최태원 SK회장,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등 재벌총수들은 직접 가방을 들고 다니며 회의장이나 행사장을 옮겨 다녔다.
지난 3일 인민대학습당에서 열린 특별수행원들의 대기업 부문 간담회 때는 북측 여성안내원이 들고 있는 회담분과 안내판 앞에 한줄로 나란히 선 뒤 안내원을 따라 줄지어 간담회장으로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2007-10-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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