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644)-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7)

儒林(644)-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7)

입력 2006-07-11 00:00
수정 200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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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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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인의 향기. 그것은 20년 만에 종신수절하면서 홀로 매분을 키우고 길러 보내 주었던 두향의 향기가 아니었을까.

따라서 ‘임이 돌아간 뒤에도 천향을 피우리라.’는 맹세는 매화꽃의 맹세가 아니라 실은 두향의 맹세가 아니었을까.

다시 긴 침묵이 왔다.

어느덧 핏빛 노을도 지고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땅거미가 스물스물 기어들고 있었다.

“나머지 물건도 전해 드렸습니까.”

다시 방안에서 두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해 드렸나이다. 나으리께서는 쇤네에게 하룻밤을 자고 가라고 말씀하셔서 별채의 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더니, 나으리께서 아씨마님께 전해 드리라 해서 걸망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왔나이다. 하룻밤을 유하지 않고 그냥 왔더라면 더 빨리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만 나으리께서 붙잡으시는 바람에 이제사 돌아왔나이다, 아씨마님. 나으리께 받은 물건은 어떻게 할까요.”

“툇마루 위에 놓아 주시지요.”

여삼은 걸망에서 퇴계로부터 받은 물건을 꺼내어 툇마루 위에 놓았다. 그러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또한 나으리께서 막 길을 떠나려는 쇤네를 직접 서당 앞뜨락까지 마중해 주옵시고 그곳에서 아씨마님께 드리라고 특별한 물건을 따로 챙겨 주셨사옵기에 함께 가져 왔나이다.”

“그것이 무엇인가요.”

“물입니다.”

여삼은 걸망에서 작은 항아리를 꺼냈다.

동이라고 부르는 양옆에 손잡이가 있으며 아가리가 넓은 질그릇이었다. 동이 속에는 물이 한가득 들어 있는 듯 여삼은 조심스럽게 항아리를 꺼내어 툇마루 위에 함께 놓았다.

“서당 앞에는 나으리께서 특히 아끼시는 우물이 하나 있사온데, 아무도 바깥 나들이 하지 않은 신새벽에 나으리께서 친히 쇤네를 배웅해 주시 오며 길을 떠나려는 쇤네를 잠깐 막아 세우신 후 두레박으로 직접 물을 길어 올려 동이 한가득 물을 채워 이것을 아씨마님께 전해 드리라 하셨나이다.”

정화수(井華水).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길어 낸 우물물.

온갖 정성을 들이거나 약을 달이는 데 쓰는 신성한 물. 그 정화수를 나으리께서 직접 두레박을 던져 물을 길어 여삼의 말대로 동이 한가득 물을 채워 나에게 보내 오신 것이다.

두향은 그 소리를 들은 순간 숨조차 쉴 수 없는 질식감을 느꼈다.

숨죽인 두향의 두 눈에서 어느덧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나으리께서 내게 물을 보내 오셨다.

두향은 숨죽여 울면서 중얼거렸다.

나으리께서 내게 정화수를 보내 오셨다. 나으리께서 내게 생명수(生命水)를 보내 오신 것이다.
2006-07-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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