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길을 찾는 책읽기

책/길을 찾는 책읽기

입력 2003-12-31 00:00
수정 2003-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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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어른의 눈높이로 어려운 책을 권하거나,아니면 어른이 읽을 만한 책보다 쉬워야 한다거나 분량이 짧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기 쉽다.그동안 청소년 단체 등에서 권장도서 목록을 제시해 왔지만 그런 유의 작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청소년을 독서의 주체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을 찾는 책읽기(김학민 지음,아침이슬 펴냄)’는 그런 고민을 해본 학부모에겐 물론,청소년들에게도 길잡이가 될 만하다.저자는 몇년 전 고등학생이던 두 딸에게 ‘민족의 교과서’라고 생각했던 ‘백범일지’를 읽도록 권했다가,아이들이 서너쪽을 읽지 못하고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듣고 청소년에게 읽힐 만한 책을 정선할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그 후 지금까지 고전의 쉬운 해설서,고전의 축약본을 중심으로 골라냈다.저자는 ‘길을 찾는 책읽기’에 소개된 100권의 책은 어렵고 지루한 고전으로 가기 위한 ‘다리’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도서출판 한길사 편집장을 거쳐 현재 도서출판 학민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100권의 책은 20년 동안 책을 읽고 만들었으며,그 자신이 책을 내기도 했던 출판인인 저자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른 것이다.현재 대학생이 된 두 딸과의 대화가 책 선정의 출발점인 만큼 곳곳에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배려가 깔려 있다.

청소년에게 책을 권장하는 방법은 책을 매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저자는 ‘다리’가 되어주는 방법으로 100권의 책에서 마음에 닿은 인용문을 뽑아 소개한 뒤 책 전체를 개괄하는 간략한 해설을 붙여 독서 욕구에 불을 지핀다.

이를테면 이누카이 미치코의 ‘성서 이야기’를 소개하는 글에서는 모세가 홍해 바다를 둘로 갈라 이스라엘 민족을 탈출시키는 기적을 소개한 뒤,서양 문화의 두가지 축,즉 헤브라이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서를,헬레니즘을 알려면 그리스 신화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책은 ‘문화적 상상력 벼리기’ ‘세계 시민으로 살기 위하여’ ‘역사 지식보다 역사 의식’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십대의 힘,눈부신 감수성’ 등 크게 6편으로 나눠 편마다 15권 남짓의 책을 소개하며 2∼3쪽씩 할애했다.

선정한 책은 고전과 신간을 망라한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데미안’ 같은 소설과 ‘진달래꽃’ ‘미라보 다리’ 같은 시집 등은 신간 중심의 요즘 청소년 추천도서에는 거의 들어 있지 않다.그런가 하면 소유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인디언 추장들의 목소리를 담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류시화 지음,김영사 펴냄)와 같이 2003년에 나온 책들도 있다.청소년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을 때 들춰보면 언제든지 골라낼 수 있는 지침서가 될 만하다.관련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자나 교수가 아니라면,100권의 책은 성인들에게도 교양 또는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을 것 같다.8500원.

김종면기자 jmkim@
2003-12-3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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