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실 총리실에 두면 안된다”

“예산실 총리실에 두면 안된다”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8-01-08 00:00
수정 1998-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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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원 “정치성 예산편성 우려” 이의제기/분리엔 긍정적… 부처간 거중조정 등 난제

재경원 예산실을 총리실 산하로 두는 방안에 대해 재경원이 불만이다.한마디로 예산 업무를 전혀 모르는 ‘정치적 발상’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물론 비공식적이다.지난 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재경원의 ‘조직개편 시안’에는 예산실을 현 재경원 산하에 두는 것으로 돼있어 재경원의 심정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재경원의 주장은 이렇다.먼저 예산실이 총리실로 가면 부처간 거중 조정이 오히려 어렵다는 것이다.총리실 산하에서 예산 총책임자는 장관급 또는 그 이하가 될 것인데 이 경우 예산 책임자가 부처 장관들을 상대로 예산을 깎고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예산전쟁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경제총수인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부처 장관들을 설득해도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불만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장관급 책임자가 장관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작업을 벌이기 어렵다는 논리다.총리가 있다고 하지만 예산을 직접 챙길 수는없다.오히려 ‘정치성향’이 짙어 예산편성은 중심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총리실 산하로 갈 경우 정책기획업무가 축소돼 정책의 혼선을 빚을 수 있다.예컨대 현재 인수위나 노동부가 쏟아내고 있는 각종 고용대책들은 재원이나 예산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장미빛 반쪽정책’이라는 것이 재경원의 생각이다.

재경원은 ‘공룡부처’라는 소리를 듣는 게 예산실 때문이라는 것을 시인한다.때문에 예산실 분리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다만 효율성을 따질 때 세제와 국고 및 정책국이 함께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며 꼭 분리한다면 예산 책임자에게 부처 장관들을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수석 장관으로 한다든가 대통령 직속기관의 예산처로 개편,예산 편성권을 확실히 보장한다든가 등이다.

재경원은 세제와 국고는 분리해도 정책기획 기능만은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부처별 예산을 심의하고 부처가 제시한 각종 정책들의 ‘허와 실’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정책기획 기능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를 점검할 감독기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재경원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종합해 예산을 배분하는 일련의 과정을 정치적 잣대로만 판단,중립성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그러나 옛기획원 출신들이 예산실과 경제정책국을 중심으로 다시 기획원을 만들려고 한다는 비난의 소리도 없지 않다.<백문일 기자>
1998-01-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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