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 추방/여행수지 월평균 2억불 적자(경제를 살리자:5)

과소비 추방/여행수지 월평균 2억불 적자(경제를 살리자:5)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1996-09-09 00:00
수정 1996-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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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원 넘는 모피옷·식탁 “보통”/한개에 90만원짜리 커피잔 불티

올들어 7월까지 여행수지 적자만 15억9백만달러.1조2천억원을 넘는 엄청난 금액이다.91년부터 여행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7개월간 여행수지 적자만도 지난 한해 적자보다 26.8%나 많다.지난해에는 방학이나 휴가철인 7∼9월,12월과 1월만 여행수지 적자가 1억달러를 넘었지만 올들어서는 매월 1억달러를 넘는다.지난 7월에는 3억4천3백만달러나 됐다.

호화사치성 소비재의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올들어 지난 7월까지 총수입증가율은 11.8%지만 대표적인 사치성소비재의 수입증가율은 30%를 웃돈다.

모피의류 수입액은 4천9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백18.1%나 늘어났다.7월까지 승용차 수입액은 2억5천3백만달러로 이미 지난 한해의 수입액보다 8백만달러나 많다.

가구는 1억6천4백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9.9%,골프용구 수입액은 6천만달러로 69.6% 늘어났다.갤러리아 롯데 현대 그랜드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백화점에서 호화사치품을 쉽게 볼수 있다.

2천4백만원이 넘는 미국제 식탁(6인용),1천만원이 넘는 모피를 찾는 고객도 적지 않다.5백만원이 넘는 스위스제 장롱,3백만원이 넘는 제너럴일렉트릭·월풀 냉장고,2백만원이 넘는 중국산 카펫,한개에 90만원이 넘는 덴마크산 커피잔은 날개돋힌듯 팔린다.여성용 속옷을 비롯한 값비싼 수입의류매장에 손님이 몰리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싼 것과 큰 것을 좋아하는 손큰 씀씀이는 외국과 비교해보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1인당 국민소득(GNP)이 1만달러를 넘어선 지난 94년 우리나라의 1인당 소비재 수입액은 1백65달러.

반면 일본은 1인당 GNP가 1만달러를 넘어선 지난 84년 1인당 소비재 수입액은 49달러에 불과했다.94년 4백ℓ 이상 대형 냉장고의 내수비중은 우리나라가 55.9%였지만 일본은 23%에 그쳤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씀씀이도 세계적이다.지난해 신용카드 한장당 평균이용금액은 1백51만원으로 다이너스를 비롯한 세계 5대 신용카드사의 평균이용금액인 1백44만원을 웃돈다.

양주소비에서도 과소비는 이어진다.지난 94년에 팔린 위스키중 원액 숙성기간이 12년쯤 되는 프리미엄급 비중은 10%선이었다.하지만 95년에는 30%를,올 상반기에는 45%를 돌파했다.

씀씀이가 커진 것은 부동산을 비롯해 쉽게 돈을 번 계층이 많은데다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지난 87∼94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명목임금상승률은 15.9%로 같은 기간 대만의 임금상승률인 10·6%보다 높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갈곳을 잃은 일부 뭉칫돈이 소비쪽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은행들이 지난 4월부터 개인에 대한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 종전보다 쉽게 대출받은 일부 개인들이 과소비를 하는것도 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본격적으로 접어든 지난해 4·4분기부터 과소비가 보다 뚜렷해지고 있는 사실이 심각성을 더해준다.

4·4분기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7.1%로 GNP(국민총생산)성장률보다 0.5% 포인트 높다.올 2·4분기의 민간소비 증가율은 7.1%로 GNP성장률을 0.4% 포인트 웃돌았다.

도시가계 저축률도 지난해 3·4분기에는 31.9%나됐으나 4.4분기에는 28%로 떨어진뒤 올 1·4분기에는 26%로 더 떨어졌다.지난해의 총저축률은 36.2%로 투자율보다 1.3% 포인트 낮다.투자에 부족한 돈을 외국에서 빌려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의 팽동준 조사2부장은 『소비재 수입의 증가는 국제수지 적자확대와 체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국내의 관련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라며 가계저축을 늘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소비보다 저축이 미덕이다.<곽태헌 기자>
1996-09-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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