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개혁 성공의 조건」/토머스 프리드만(해외논단)

「러시아 경제개혁 성공의 조건」/토머스 프리드만(해외논단)

입력 1996-07-13 00:00
수정 1996-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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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이룬 저력 경제로 돌려야”/국영기업 사유화·지방조직 자치권 대폭 확대를

러시아는 이제까지 경제개혁 분야에서 중국에 뒤져왔다.미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같은 러시아와 중국의 개혁 경쟁을 마치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에 비유하면서 러시아가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국영기업의 사유화 및 지방자치의 확대,거시적 경제개혁의 세가지 실험이 성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실린 그의 글을 요약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각자 새로운 개혁을 시도하기 시작하면서 양국은 서로 어떤 나라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가에 대해 경쟁해왔다.이 경쟁에서 중국은 정치적인 개혁은 뒤지지만 경제면에서 러시아를 앞서고 있는 토끼처럼 보여져왔다.

반면 러시아는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을 동시에 쫓고 있는 바보스런 거북이로 중국인들에게 보여졌다.그러나 아직 결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중국이 러시아보다 훨씬 앞서 경제개혁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지난 주의 대통령선거에서 보리스 옐친이 재선되는 정치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들은 이번 선거로 발전을 향한 대로에 들어섰으며 기초적인 민주주의로의 정권변화를 무리없이 이룩했다.

반면 중국은 경제개혁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정권을 변화시키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중국은 어떻게 공산당의 독재정권을 보다 민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이 보다 부유하게 되면 될수록 인민들은 더욱더 참여하는 민주정부를 원하고,기업들은 다음 단계로의 경제개발을 이루기 위해 법에 의한 지배가 통용되는 지금보다 덜 전제적인 정부를 원할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단계에 들어섰을 때의 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현재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 아무도 알지 못한다.이같은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는 거북이가 거대한 도약을 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정치적인 면에서 중국보다 훨씬 앞선 지금 러시아가 경제개혁 분야에서도 중국을 따라잡을 것인지의 여부는 현재 진행중에 있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실험이 성공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첫째는지난 1991년 아나톨리 추바이스가 행한 국영기업의 사유화조치로 그는 당시 국가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각종기업을 차지했을 때 과연 러시아가 번영할 것인가에 대해 도박을 한 것이다.그는 이조치에 따라 국영기업의 70%를 사유화했으나 어찌 보면 이 조치로 인해 막대한 양의 국유재산이 은행이나 기업관리인들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잘려나갔다.이 과정에서 이 조치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다.

나머지 국유재산도 이제는 사유화돼야 하는 처지이나 앞으로는 부패로 얼룩지지 않고 보다 합리적인 협상가격으로 이뤄져 적절한 거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두번째의 실험은 모스크바시장 유리 류슈코프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추바이스가 사유화조치 때 기업인들을 믿었다면 류슈코프는 모스크바시 산하 지방조직의 관리들을 믿고 있다.즉 그는 시산하 지방조직에 자치권을 부여하면서 실질적인 권한과 시세금을 할당해주고 부동산을 대여하는 등의 재정지원을 하면서 모스크바가 실질적 경제중심지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류슈코프는 모스크바 시내에 금빛 돔을 갖춘 교회를 짓거나 공원을 만들고 심지어는 시립골프코스를 열면서 모스크바의 병리를 치유하려 했다.이 과정에서 그는 모스크바의 실업률을 거의 영에 가깝게 하는가 하면 시내를 생기있고 활기있게 만듦으로써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어떤 도시나 자치단체에도 그와 같은 인물은 아직 없지만 올 연말부터는 모든 단체장들이 직접선거로 뽑게 된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모든 단체장이 선거로 뽑히고 모스크바로부터의 자금지원이 고갈될 경우 자립경제능력이 있는 지역의 단체장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실험은 거시적 관점에서의 경제개혁이다.이제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옐친 대통령은 예산규모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모습의 정부로 보이게한 부패와 느슨해진 세수입 등에 일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옐친은 현재 GDP대비 6%인 재정적자를 올해말까지 4%로 낮추겠다고 국제통화기금(IMF)에 약속했다.보다 강력한 세수 증대없이는 늘어나는 재정적자로인해 한달전 18%까지 달했던 인플레를 1.2%로 떨어뜨리면서 이룩한 진전마저 허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는 관점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러시아는 이제 도약단계에 들어섰다.러시아는 세계 각지에 5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적립하고 있으며 이같은 실험이 성공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세계경제무대에 되돌아올 것이다.이 모든 것의 열쇠를 옐친이 쥐고 있다.

그는 나름대로의 정치개혁을 시작했다.만약 그가 정치개혁을 가한 만큼의 노력을 경제개혁에도 쏟는다면 아직 루블화가 쌀 때 사두려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다.거북이에게 내기를 걸자는 것이다.<미 칼럼니스트/정리=최철호 기자>
1996-07-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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