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 기념… 평론·예술기행·산문 등 갈래별 체계화/염상섭·이상서 신세대까지 섭렵/척박한 한국근대문학사의 토대 마련
「발바닥으로 글쓰는」 평론가 김윤식씨(60·서울대국문과 교수)는 자신의 작업을 그렇게 자평한다.『나는 명민하지도 천재를 타고나지도 않았다.남들이 한시간 일할때 나는 두세시간 씨름했다.나는 발바닥으로 살아왔다』
우리시대의 성실한 대학자이자 탁월한 평론가인 김씨의 이 말은 뜻밖이다.하지만 이는 어찌보면 사람의 유한한 조건을 뚫고 전무후무한 글무더기의 산을 쌓아올린 이의 자부심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평론쟁이」 35년간 70여권의 저서를 펴낸 김씨가 회갑을 맞아 그간의 필업을 중간정리한 「김윤식 선집」6권을 솔출판사에서 펴냈다.쓰기와 읽기로 이어져온 삶에 모처럼의 막간을 맞아 그는 남보기엔 조용히 살아온듯한 자신도 알고보면 「풍운아」였노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평론가 김씨는 넓고 깊고 고르다.우리 평단에서 그보다 더 반짝이거나 엄정하고 격조높은 글,더 폭발적인 한때의 작업은 있었을지모르지만 아무도 그처럼 지속적으로 모든 것을 시도하지 못했다.김윤식이라는 이름은 우리 문학의 거의 모든 부면에 그늘을 드리웠다.인문학의 전분야를 뒤져도 그처럼 왕성한 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학자로서의 그는 척박한 한국 근대문학사를 개간,거의 얼개를 짰다.염상섭,이상,김동리,이광수,임화,조연현,박영희 등 거대한 근대작가들이 계파를 넘어 그의 손을 탔다.또한 현장비평가로서는 말그대로 블랙홀에 가까운 흡수력과 소화력을 보였다.4.19세대에서 더 나아가 30년 터울을 둔 신세대작가까지 스스로를 6.25세대로 규정하는 그의 촉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근대작가의 내면풍경을 들여다보려는 욕망으로 그는 사실과 주관을 오갈 수 있는 「전기」라는 양식을 연구에 도입했다.어느누구보다 실증적 자료광이었지만 객관적 글쓰기를 조롱하듯 불투명한 「것」「아닌가」체를 평문에 끌어들이기도 했다.자신말고는 아무도 자기 질문에 답할자가 없다는듯 주·객의 문답체 평론을 시도한 것도 그였다.
이번 선집은 「문학사상사」「소설사」「비평사」「작가론」「시인작가론」「예술기행에세이연보」로 구성돼있다.앞의 세권은 학자,다음 두권은 평론가,마지막권은 독특한 산문가로서의 김씨를 각각 보여준다.방대한 글더미가 갈래별로 체계화돼 김씨의 세계에 접근하기가 어느때보다 쉬워졌다.편집위원은 문학평론가 이동하(서울시립대) 정호웅(홍익대) 한기(안성산업대) 서경석(대구대) 권성우교수(동덕여대).모두 김씨가 키워낸 제자들이다.
지난 4월 29일 하오 신촌의 한 음식점에선 이 편집위원들과 출판사관계자,김씨의 제자들이 꾸린 전집출간기념잔치가 열렸다.김씨는 『나는 아무 좌우명없이 「갈팡질팡」 살아왔다.하지만 삶에 누가 똑바른 답을 알겠는가』라며 소감을 대신했다.김씨의 옆자리를 차지한 작가 박완서씨는 『그는 누구보다 넓은 그물망으로 모든 작가들을 걸러낸다.곁에 앉기도 두려운 분』이라 해 웃음을 자아냈고 이문구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열쇠처럼 사람들이 앓고 있는 모든 문제에 그는 답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솔출판사 대표 임우기씨는 『선생은 가장 논리적이면서도 회의를 그치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녔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자연인』이라고 김씨의 글 세계를 기렸다.〈손정숙 기자〉
「발바닥으로 글쓰는」 평론가 김윤식씨(60·서울대국문과 교수)는 자신의 작업을 그렇게 자평한다.『나는 명민하지도 천재를 타고나지도 않았다.남들이 한시간 일할때 나는 두세시간 씨름했다.나는 발바닥으로 살아왔다』
우리시대의 성실한 대학자이자 탁월한 평론가인 김씨의 이 말은 뜻밖이다.하지만 이는 어찌보면 사람의 유한한 조건을 뚫고 전무후무한 글무더기의 산을 쌓아올린 이의 자부심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평론쟁이」 35년간 70여권의 저서를 펴낸 김씨가 회갑을 맞아 그간의 필업을 중간정리한 「김윤식 선집」6권을 솔출판사에서 펴냈다.쓰기와 읽기로 이어져온 삶에 모처럼의 막간을 맞아 그는 남보기엔 조용히 살아온듯한 자신도 알고보면 「풍운아」였노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평론가 김씨는 넓고 깊고 고르다.우리 평단에서 그보다 더 반짝이거나 엄정하고 격조높은 글,더 폭발적인 한때의 작업은 있었을지모르지만 아무도 그처럼 지속적으로 모든 것을 시도하지 못했다.김윤식이라는 이름은 우리 문학의 거의 모든 부면에 그늘을 드리웠다.인문학의 전분야를 뒤져도 그처럼 왕성한 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학자로서의 그는 척박한 한국 근대문학사를 개간,거의 얼개를 짰다.염상섭,이상,김동리,이광수,임화,조연현,박영희 등 거대한 근대작가들이 계파를 넘어 그의 손을 탔다.또한 현장비평가로서는 말그대로 블랙홀에 가까운 흡수력과 소화력을 보였다.4.19세대에서 더 나아가 30년 터울을 둔 신세대작가까지 스스로를 6.25세대로 규정하는 그의 촉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근대작가의 내면풍경을 들여다보려는 욕망으로 그는 사실과 주관을 오갈 수 있는 「전기」라는 양식을 연구에 도입했다.어느누구보다 실증적 자료광이었지만 객관적 글쓰기를 조롱하듯 불투명한 「것」「아닌가」체를 평문에 끌어들이기도 했다.자신말고는 아무도 자기 질문에 답할자가 없다는듯 주·객의 문답체 평론을 시도한 것도 그였다.
이번 선집은 「문학사상사」「소설사」「비평사」「작가론」「시인작가론」「예술기행에세이연보」로 구성돼있다.앞의 세권은 학자,다음 두권은 평론가,마지막권은 독특한 산문가로서의 김씨를 각각 보여준다.방대한 글더미가 갈래별로 체계화돼 김씨의 세계에 접근하기가 어느때보다 쉬워졌다.편집위원은 문학평론가 이동하(서울시립대) 정호웅(홍익대) 한기(안성산업대) 서경석(대구대) 권성우교수(동덕여대).모두 김씨가 키워낸 제자들이다.
지난 4월 29일 하오 신촌의 한 음식점에선 이 편집위원들과 출판사관계자,김씨의 제자들이 꾸린 전집출간기념잔치가 열렸다.김씨는 『나는 아무 좌우명없이 「갈팡질팡」 살아왔다.하지만 삶에 누가 똑바른 답을 알겠는가』라며 소감을 대신했다.김씨의 옆자리를 차지한 작가 박완서씨는 『그는 누구보다 넓은 그물망으로 모든 작가들을 걸러낸다.곁에 앉기도 두려운 분』이라 해 웃음을 자아냈고 이문구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열쇠처럼 사람들이 앓고 있는 모든 문제에 그는 답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솔출판사 대표 임우기씨는 『선생은 가장 논리적이면서도 회의를 그치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녔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자연인』이라고 김씨의 글 세계를 기렸다.〈손정숙 기자〉
1996-05-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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