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수거미/잡아먹히면서 교미하는 까닭은

호주산 수거미/잡아먹히면서 교미하는 까닭은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1996-01-17 00:00
수정 199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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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주의 분산시켜 교미시간 2배 연장/수정확률 92%로 높여 종자번식 극대화

방금 교미를 한 수컷 상대를 디저트로 잡아먹는 암 곤충이야기는 섬뜩하긴 하지만 생물학자들에게는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하지만 호주산 붉은등거미가 교미를 하면서 암컷이 잡아먹기 좋도록 포즈까지 취해주는 극도의 저자세는 과학자들에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주간과학지 디스커버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 커넬대 생물학과 석사과정의 한 여학생이 그 이유를 설명하는 연구결과를 사이어스지에 밝혀 흥미를 끌고 있다.

그에 따르면 수붉은등거미가 교미중 공중제비를 돌아 촉촉한 배부분을 암컷의 입 앞에 대주는 행위는 그의 종자번식 확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암컷에 비해 2% 크기밖에 안되는 수붉은등거미는 머리위에 있는 더듬이 안에 정액을 저장하고 있다.교미를 할땐 이를 암컷의 생식기에 삽입한후 물구나무서기를 해 몸을 곧게 뻗친다.그러나 교미가 진행되는 도중 몸을 튕겨 배부분을 암컷의 턱쪽으로 돌리는데 이는 암컷의 주의를 분산시켜 교미시간을 최대한 연장시키자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수컷이 암컷에게 몸을 대줄때 약 65%의 암거미는 주저없이 수컷을 잡아먹는다.수컷은 암거미가 식사에 열중하는 순간에도 쉬지 않고 교미를 계속해 수정확율을 높인다.이번 연구에서 암컷 22마리를 비디오로 촬영한 결과 암컷에게 몸을 바친 수거미는 그렇지 않은 수거미보다 2배이상 긴 25분동안이나 교미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이는 수정확율을 45%에서 92%로 2배가량 높여 주는 것이다.또한 수컷을 해치운 암컷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곧장 새로운 파트너를 맞이하는 확율이 17배나 낮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살인섹스는 항상 수컷의 일방적 패배로 끝나는 암수간의 대결로 인식돼 왔다.그러나 이번 연구결과 이는 수컷에게도 보상이 주어지는 고도의 게임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셈이다.<신연숙기자>
1996-01-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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