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방문과 정치 재개/백문일 지방자치기획취재팀(오늘의 눈)

고향방문과 정치 재개/백문일 지방자치기획취재팀(오늘의 눈)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5-06-13 00:00
수정 1995-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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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이 12일 고향을 찾았다.지난 87년 9월 이후 8년만에 전남 신안군 하의도 본가를 방문한 것이다.

김 이사장과 측근들은 아태재단의 지방강연 일정에 따른 「순수한」 방문이라고 강조했다.또 지방선거와 맞물린 것은 「우연」이라고 덧붙였다.오히려 고향을 방문한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맞는 말이다.고향을 찾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오히려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문제는 고향을 찾는 게 주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고향가는 길」을 되짚어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김 이사장은 3박4일의 일정으로 지난 9일 호남 방문길에 올랐다.민족통일을 주제로 한 지방강연이 명분이었다.그러나 대전을 거쳐 김제와 전주 등 호남권에 접어들면서 강연은 조금씩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지방선거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10일 김제에서는 느닷없이 옥외집회로 강연회를 가졌고 이어 전주에서는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명동성당에의 공권력 투입을 노사관계가 아닌 노정관계로 빗대며 현정권을 신랄히 비판했다.이날은 민주당 김인곤 의원이 구속된 날이기도 했다.

후보 등록일인 11일 호남의 심장부 광주에서는 예정에도 없던 거리에서의 즉흥연설회를 잇따라 가졌다.나주에서도 그랬고 함평·무안에서도 똑같았다.게다가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선거법을 의식,특정 후보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후보』라는 표현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칭했다.목포에서는 현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까지 가졌다.

목포에 가까워질수록 김 이사장의 발언에는 선거 열기가 가득차 올랐다.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는 노골적으로 변했고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는 높아졌다.반면 서울을 떠날때 그처럼 강조했던 통일과 관련된 내용은 점점 뒷전으로 밀렸다.

한마디로 이번 방문은 강연이 아닌 유세의 연속이었다.선장(KT)을 대신해 선주(DJ)가 직접 키를 잡은 형국이었다.민주당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오직 김이사장측만 아니라고 잡아뗀다.문제는 여기에 있다.변죽을 실컷 울리고선 딴전을 피우는 것이다.

정계복귀를 하고,하지 않고는 김 이사장 마음이다.굳이 정치도의를 따지자는 것도 아니다.단지 솔직했으면 한다.가면은 훌훌 털어버리고 맨얼굴로 국민앞에 나서는 게 낫지 않을까.<목포에서>
1995-06-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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