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의 주사파비판(사설)

교수들의 주사파비판(사설)

입력 1994-09-04 00:00
수정 199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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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들이 운동권내 주사파학생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한양대 인문대교수 20여명은 2일 「일부 극렬운동권에 대한 우리의 다짐」이란 대자보를 통해 『일부 운동권이 현실을 무시하고 북한의 선전·선동만을 무비판적으로 맹종·복창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교수들이 주사파학생들의 오류와 노선을 대자보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제자들이 이념적인 혼란이나 사상적인 도그마에 빠져 무분별하고 극단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해 왔다.최근 서강대 박홍총장의 주사파 정체에 대한 폭로 발언이 있기전까지 대학은 주사파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다.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한목소리로 주사파학생들의 비현실적이고 주체성없는 행동을 꾸짖고 나선것은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고 적절한 대응이라 하겠다.

주사파학생들은 그동안 낡은 이념의 노예가 되어 대학을 좌경화의 기지로 삼아왔고 우리사회의 법질서를 교란하며 혼란을 가중시켜왔다.이러한 주사파의 극렬한 행동을 교수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하던 60∼70년대의 학생운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폭거』라고 규정한다.이는 주사파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요,실체의 규명이다.「주체사상」의 망령에 들려있는,그리하여 어이없는 환상속에서 스스로 파멸돼가는 제자들을 스승이 모른체 방치해둘 수는 없는 일이다.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제자들을 구하고자 하는 교수들의 충정과 사랑을 우리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제자를 나무라야 할때 꾸짖지못하는 것은 스승의 도리가 아니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대학에서는 스승의 이런 꾸중이 실종되어 버렸다.오히려 학생들의 눈치를 보며 끌려다니는 보신주의까지 생겨났다.참으로 개탄할 풍조가 아닐수 없다.

이번 교수들의 대자보에는 주사파학생들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을뿐 아니라 두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하나는 주사파에 의해 책동되고 있는 학생운동의 왜곡이나 반사회적인 폐해에 대해 『학생들의 교육과 지도를 맡고 있는 자신들의 책임이 크다』는 자성론이다.

당연한 논리이지만 우리에게 신선감을 주는 내용이다.다른 하나는 좌경세력비판을 보수반동으로 등식화하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경향에 대한 개탄이다.

좌경세력을 옹호하면 진보세력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허무맹랑한 하구인가.우리사회 일각에 아직도 그런 편견이 도사리고 있다니 불행한 일이다.

주사파의 척결은 그 발상지인 대학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따라서 교수들이 나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1994-09-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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