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카드 유지 노린 “낡은 수법”/북 특별사찰 거부 배경과 정부시각

핵카드 유지 노린 “낡은 수법”/북 특별사찰 거부 배경과 정부시각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1994-08-22 00:00
수정 1994-08-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경수로 지원 보장 못받아 불안” 입증/한국 배제한 평화협상 관철 노린듯

북한 외교부 대변인의 「특별사찰을 전제로 한 경수로 지원은 절대 허용할수 없다」는 20일의 발언은 특별사찰 문제가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회담에서 아직 어떤 형태의 합의도 없었다는 주장이다.또한 북한핵 문제가 일반의 기대와 달리 결코 쉽사리 해결될수 없는 장기적인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는 「오는 9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연장에 맞춰 핵동결을 한뒤 핵무기나 플루토늄의 보유에 대해서는 조금씩 투명성을 보이며 가다 경수로의 건설이 완료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특별사찰을 허용할 것」이라는 풀이를 재확인하고 있다.

또 다음달 23일 역시 제네바에서 재개될 2차회의에 앞서 미리 쐐기를 박고나옴으로써 「핵카드」의 효력을 국대화하려는 전략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이는 지금까지 북한이 곧잘 써왔던 수법이기도 하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특별사찰의 거부를 통해 경수로,상호연락사무소,대체에너지등 많은 것을 얻어내고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미 두나라의 공조에 균열이 생기길 바라는 것 같다』면서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게 있어 특별사찰의 허용은 핵카드의 상실을,우리에겐 북한 핵문제의 완전 해결을 의미한다.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아직 모든 게 말뿐인 시점에서 선뜻 특별사찰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과 북한의 상호연락사무소도 관계개선의 종착점인 수교까지 가려면 많은 기간이 걸린다.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는데도 5년이 넘게 걸렸다.경수로 지원 또한 8∼10년이 소요된다.

북한은 이 기간동안 미국과 한국의 요구에 대응하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경수로건설 중단위협에 맞설수 있는 카드를 가져야만 한다.그들로선 「특별사찰거부」란 카드밖에 없다.북한이 폐연료봉을 아예 폐기하지 않고 건조 보관하려 하고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을 「폐쇄가 아닌 봉인」으로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과 미국이 경수로 지원을 중단하든가 하면 『건조연료봉을 꺼내 재처리하겠다』는 으름장으로 맞설 복안인 것이다.

이처럼 「특별사찰 거부」는 예상할수 없었던 전혀 뜻밖의 주장은 아니다.그러나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3단계회담 1차회의 합의 발표문에 명기된 「핵안전협정의 준수」 조항을 놓고 우리와 미국은 북한이 특별사찰을 이해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2차회의에서 북한이 특별사찰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엔 들어가지 않더라도 경수로 지원 문서 보장의 조건으로 5Mw급 원자로의 과거 가동기록 제공과 특별사찰에 대한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북한은 내심으로 특별사찰을 경수로 지원은 물론 주한미군의 철수로까지 이어질 평화협정과도 연계시키려는 의도를 갖고있는 것 같다.이제껏 약방의 감초처럼 들고나왔던 평화협정과 군축문제에 대해 1차회의때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북한에게 있어 대미협상의 최종 목표는 평화협정의 체결과 군축임에 틀림없다고 보아야 한다.

때문에 정부는 북한의 특별사찰 거부가 최근 한미 두나라 정상의 전화회담에서 나온 합의를 의식한 것으로 보면서도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따라서 우리를 배제한 평화협정 체결 논의는 결코 있을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양승현기자>
1994-08-22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