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정권씨 산문집 「하늘에 닿는 손길」 화제

시인 조정권씨 산문집 「하늘에 닿는 손길」 화제

김성호 기자 기자
입력 1994-06-09 00:00
수정 199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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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의 벽 뛰어넘은 「시문체 인물탐구」/잡지사 시절 예술인들과의 인연 엮어/“가벼운 단상”서 탈피… 읽는 재미 쏠쏠

일상속의 가벼운 단상들을 적은 글을 흔히 「산문」이라는 문학의 틀로 묶는다.그래서 산문은 읽는 이들도 부담없는 자세로 대하게 되고 쓰는 작가들도 가벼운 읽을거리쯤으로 여기게 되는게 일반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 조정권씨(45)가 최근 펴낸 산문집 「하늘에 닿는 손길」(문학동네간)은 이같은 산문론을 다시한번 생각케 하는 읽을거리로 다가선다.

즉 시적인 표현으로 흐르는 문체나 집요하게 파고드는 인물탐구,겸손한 자기성찰등 「산문을 뛰어넘는 산문」의 묘미를 충분히 전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철저히 작가가 맺었던 미술과의 인연에서부터 출발하는데 있다.7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조시인이 미술쪽에 관심을 두고 「공간」지에서 6년간 근무하며 편집장과 주간직을 맡기까지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따라서 이 산문집은 조씨가 「공간」지와 인연을 맺고 있을때 만나거나접했던 문화예술 특히 미술분야의 인물들과 맞물려 나름대로의 사유를 정리한 글모음인 셈이다.

산문중에는 실제로 미술인과의 예사롭지 않은 만남에서 자신의 시 인생이 출발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글이 실려있기도 하다.『나의 문학은 한 위대한 화가로부터 자양분을 받았다』고 한게 바로 그것.

조시인은 이같은 인연으로 만나게 된 인사들에 대한 탐구와 자신의 시적 감수성을 거침없이 이 작품에 쏟아놓고 있는데 시와 미술의 자연스런 만남이 작품 전체에 펼쳐지고 있다.

『이중섭은 우리가 잃어버린 대지의 원주민이었음이 분명하다.「황소」는 원초적 회귀적 상상력과 만남으로써 웅대하게 내면화 되고 안으로 굽이치는 남성적 육성을 획득한 작품이다.대륙적 상상력까지를 동반한 열망의 표상을 그리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는 그 속에서 용기를 일으키는 허무의 굽은 물결을 견디기에는 너무나 선한 인상을 타고났다』(내장을 쏟을듯한 실존­이중섭의 황소).

『내가 마당에서 빗자루질을 하는 이유는 빗자루질을 함으로써 드러나는 마당의 살결이 목적이 아니라 빗자루질이 지나간 길 위에 빗자루질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나의 행위위에 나의 체중과 호흡을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라네』(백지4­내가 마당에서 빗자루질하는 이유중).

화가 윤형근의 그림에서 착상한 이 시말고도 이 산문집에는 자작시가 숱하게 등장한다.

특유의 통찰력과 칼날같은 언어감각은 빼어난 미문을 만들기도 하는데 「들풀은 청평의 딸이다」(모노크롬의 가을)/「4월의 땅은,아직 한 장의 늙은 피부 빛깔이다」(누드산책)/「이우환의 점과 선들은 결빙을 꿈꾸고 있었다.나는 그 앞에서 언젠가는 얼음으로 깎아낸 한 줄의 시를 완성하리라 맘먹고 있었다」(내 시와 이우환과의 만남)등의 표현이 그것들이다.<김성호기자>
1994-06-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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