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 킹의 꿈/뉴욕에서(임춘웅칼럼)

마틴 루터 킹의 꿈/뉴욕에서(임춘웅칼럼)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3-04-17 00:00
수정 199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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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여러분,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말합니다.그많은 어려움과 그많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꿈이 있다고,그리고그 꿈은 미국의 땅에 뿌리박은 꿈이라고 말입니다.나는 멀지 않아 이 나라가 일찍부터 지켜 내려온 믿음,즉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그 진리를 당연한 것으로 믿는 그 신조의 참뜻에 따라 살게 될날이 올 것이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나는 나의 아들 딸들이 그들의 피부색깔이 아닌,그들의 인격에 따라 평가될 날이 멀지 않아 오게 될것이란 꿈을가지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오늘 꿈이 있습니다』

1963년 8월,25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던 워싱턴 광장에서 행한 마틴 루터 킹 2세 목사의 감명깊은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문의 일부분 이다.킹목사는 그로부터 5년 후인 1968년 4월4일 한 저격범의 총탄에 쓰러지고 말았다.

올해는 킹목사가 39세의 젊은 나이로 무참히 쓰러진지 25주년이 되는 해이다.그래서 요즘 미국에서는 그를 기리는 각종 추모행사가 진행되고 있다.지난 4일 뉴욕의 맨해턴에서는 킹목사 추모대행진이 있었다.

데이비드 딘킨스 뉴욕시장을 비롯한 수천명의 흑인들이 중부 맨해턴의 2번가를 묵묵히 시위했다.그런데 이날 흑인민권행진에는 뉴욕한인회등 한인단체에서 나온 한국인 2백여명이 끼어 있어눈길을 끌었다.

기록이 확실치는 않으나 아마도 미국의 민권운동에 한국인이 참여한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킹의 꿈은 바로 한국인 우리의 꿈이기도 하다는 현실을 이제야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리라.

킹목사가 세상을 떠난지 25년이 지난 지금 그의 꿈은 과연 얼마나 실현된 것일까.최근 뉴욕 타임스지와 CBS방송이 이 의문에 대한 여론조사를실시했다.흑인의 45%만이 조금 나아졌다고 응답했으며 52%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빠졌다고 응답하고 있다.흑백 구별없이 미국인 전체적 으로는 52%가 개선됐다고 보았으며44%는 같거나 나빠졌다고 보고있다.

킹목사가 멀지 않아 실현되리라던 그의 꿈은 「멀지 않아」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킹의꿈은 오랜 세월을 두고,어쩌면 몇세기후에나 실현될 성질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64년 통과된 민권법안은 분명히 킹목사가 확신을 가지고 벌인 민권운동의 소산이다.그가 없었어도 언젠가는 민권법이 햇볕을 보긴 했겠지만64년에 실현되지는 못했을 것이다.다만 그 법률의 정신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변화는 혁명적인 방법으로도 쉽게 이루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여기저기서 체험하고 있다.그러나 시작이 없으면 비록 아주 작은 꿈이라도 영원히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도 역사는 아울러 가르쳐 주고 있다.<뉴욕특파원>
1993-04-1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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